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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뮤지컬배우 이예은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에 의해 뱀파이어가 되는 여인 루시를 연기한다.

이예은은 2010년 [미스 사이공] 앙상블로 데뷔한 젊은 뮤지컬배우다. 이후 [레미제라블]을 거쳐 [위키드]의 네사로즈, [킹키부츠]의 나탈리를 연기하며 앙상블에서 조연으로, 그녀의 말처럼, ‘한 단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예은을 처음 본 건 지난 8월 막을 내린 [베어 더 뮤지컬]에서였다. 짧은 커트 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여고생 나디아. 비중 있는 배역은 아니었지만 그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외모 콤플렉스로 똘똘 뭉쳤던 나디아가 무대에서는 누구보다 빛났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베어 더 뮤지컬] 이후 그녀가 선택한 뮤지컬 [드라큘라]와 루시 말이다. 루시는 드라큘라가 사랑한 여인 미나의 절친한 친구이자 드라큘라의 키스를 받고 뱀파이어가 되는 인물이다. 개막을 앞두고 연습실 근처 카페에서 이예은을 만났다. 인터뷰 내내 웃음과 밝은 기운을 머금었던 그녀는 ‘진실’과 ‘진심’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모델 장윤주의 인터뷰에서 본 ‘단 한 순간도 가짜인 건 싫어요’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녀의 진심을 봤기 때문일까. 직접 만난 무대 아래 이예은은 역시나 무대에서처럼 빛났다.
 
머리를 많이 길렀다.
지금 머리가 애매하다. 손쓸 수가 없다.(웃음) 어쨌든 (루시가) 전과 대비되는 캐릭터라서 더 좋다.
 
[드라큘라]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예전에 [드림걸즈]라는 작품의 오디션을 봤었다. 거기서 뵙게 된 신춘수 PD님이 이 작품을 제안하셔서 하게 됐다. 
 
루시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사실 강렬하고 센 게 내 전문이다.(웃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선과 악,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드라큘라]는 당신에게 어떤 작품인가?
각각의 캐릭터가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인 것 같다. 심지어 드라큘라는 400년의 사랑이지 않나.
 
그럼 루시의 사랑은? 왜 드라큘라에게 끌렸을까?
일단 루시는 발랄하고 남자들에게 인기도 많다. 그런데 굉장히 드라마틱한 인생을 꿈꾼다.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삶. 그런 루시가 드라큘라의 키스를 받았다. 남들은 상상할 수 없는 특별한 키스. 그 경험이 얼마나 강렬했겠나. 그런 것들을 잊지 못한 게 아닐까?
 
두 명의 드라큘라와 함께 한다. 상대 배우들은 어떤가?
김준수 드라큘라는 굉장히 감성적이다. 그래서 나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끓어오르게 만드는 면이 있다. 박은석 드라큘라는 마초적이라고 해야 하나? 좀 더 남성적인 매력이 있다.
 
드라큘라와 함께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를 노래할 땐 어떻게 몰입하나? 죽었다 다시 살아나서 무덤에서 걸어 나온다.
그 장면 너무 재미있다. 내가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나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있는 거다. 든든한 백!(웃음)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우리가 원하는 건 분명해, 근데 내 옆에는 네가 있어. 너무 명확한 감정이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할 수 있다.
 
2주 정도로 공연 기간이 굉장히 짧다. 마음가짐도 다를 것 같다.
일단 배우들이 너무 아쉬워한다. 연습 첫날부터! 지금도 계속 아쉽다는 얘기밖에 안 한다.
 
그런데 좌석도 거의 다 매진이다. 조금 더 파이팅하는 분위기도 있을 것 같다.
일단 믿고 간다. 커튼콜 때 객석이 꽉 매워져 있으면 기분이 너무 좋다. 벌써 기대가 된다. 너무 짜릿할 것 같다.
 
예전에 롤모델로 배우 조승우를 꼽았다. 여자 조승우로 불리고 싶다던 마음은 여전한가?
그렇다.(웃음) 얼마 전 [맨 오브 라만차]를 보며 역시나 내가 하고자 하는 연기의 지향점이라든가, 배우로서의 모습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렇게 디테일하고 과하지 않으며 카리스마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티켓파워가 있는 뮤지컬 톱스타를 꿈꾸는 건가?
음…. 사실 뮤지컬 톱스타를 꿈꾸지는 않는다. 연기의 굵직한 선을 갖고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부분 때문에 존경하고 롤모델로 삼고 싶다 생각한 것이지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티켓파워, 뭐 있으면 좋겠지.(웃음)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
지독한 로맨스를 한번 해보고 싶다. 좀 더 강력하고 좀 더 일관성 있는 사랑. [미스 사이공] 같은. 그런데 요즘에는 [빨래] 같은 작품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우리의 삶과 더 맞닿아 있는 극들.
 
창작 뮤지컬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생각해놓은 아이템도 있다던데.
창작 작품에 깊이 관여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배우로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내가 리드해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프리다 칼로라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화가인데, 그녀의 이야기가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다.
 
프리다 칼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뭔가?
굉장히 드라마틱한 일들이 그녀에게 일어났다. 그런데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운명이라 받아들이고 그림으로 승화시켰다. 정말 예술가다운 면모 아닌가?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거. 뮤지컬을 하면서 연기의 매력도 그런 부분이라 생각했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표출하면서 스스로 힐링을 하는 거다. 공감이 많이 됐다. 그리고 나였어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지금 내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고 용기도 많이 얻었던 것 같다.
 
지독한 사랑도 그렇고 프리다 칼로의 지독한 삶도 그렇고. 비극적이고 강렬한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 것 같다.
그렇다. 맞다, 이런 부분이 바로 루시다!(웃음) 좋은 것만이 드라마틱한 것이 아니라 비극적이더라도 강렬하고 정말 특별한 것. 내 안에 루시의 모습이 있는 것 같다.(웃음) 배우로서도 그런 것을 꿈꾼다.
 
얼마 전에는 뉴욕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뭔가 자극되는 경험이었나?
뉴욕에는 한두 달 정도 있었다. 연극, 뮤지컬, 발레, 재즈, 다 합쳐서 18-19편 정도를 봤다. 하나 확실한 것은 한국뮤지컬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래서 굉장히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데 그들의 자연스러움? 그런 것은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무대 위에서) 그 감정이 과하지 않다. 슬프다고 해서 큰 울음으로 대신하는 그런 상투적인 연기가 아니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상황도 현실적으로 잘 풀어내는 것 같다.
 
우리가 감정을 억누르는 게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럴 수도 있다. 관객들의 태도도 굉장히 다르다. 자신이 좋으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환호성을 지르고 추임새를 넣기도 한다. 일종의 마당극 같다.(웃음) 또 하나 좋았던 것은 지하철에만 앉아있어도 자연스럽게 캐릭터 공부가 된다. 정말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뉴욕이지 않나. 앉아서 사람들 얼굴만 봐도 너무 재미있다.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이 역할을 할 때 이 모습을 보여주면 되겠구나, 이 역할을 할 때 이런 모습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많이 생각했다.
 
캐릭터 수집을 하고 왔다.
맞다. 내 머릿속 어떤 폴더에 3주짜리 동영상으로 저장된 느낌이다. 캐릭터 공부, 연기공부 하고 온 것 같다.
 
보통 공연이 끝나면 여행을 가나?
공연에서 번 돈을 다 여행에 쓸 정도로 여행을 좋아한다.(웃음) 여행을 가서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이 재미있다.
 
벌써 6년 차 배우다. 배우로서 스스로 무기는 뭐라고 생각하나?
무기…. 진실하게 다가가고자 노력을 많이 한다. 정말 한순간도 가짜가 아니고 싶으니까. 연기를 하는 게 어떻게 보면 가짜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일을 내 얘기처럼 하는 것이 배우이지 않나. 그렇지만 그것이 정말 진짜이고 싶다. 관객들에게 진짜처럼 보였으면 좋겠고 그래서 내 감정에 몰입했으면 좋겠다.
 
그게 정말 어렵다.
어렵다. 어렵지만, 진실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 좀 더 사람들과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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