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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수 김태형 연출

Q&A: 연출가 김태형

공연이 한창인 뮤지컬 [로기수]부터 개막을 앞둔 [히스토리 보이즈]까지. 그는 현재 서울에서 가장 바쁜 연출가 중 한 명이다.

작성:
Hye-w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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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수] 초연과 재연에 모두 참여했는데, 이번 공연에서 첫 장면은 물론 서사까지 수정됐다. 대대적인 수정을 감행한 계기는?
지난 공연은 초연으로서 관객에게, 그리고 함께 참여한 배우, 스태프들에게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거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우리는 이 공연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탭댄스, 무술, 음악 등에 좀 더 욕심을 냈다. 그리고 분단된 역사를 이야기하는 부분에 있어서 관객을 믿기로 했다. 설명을 줄이고 캐릭터의 정서에 좀 더 집중하는 이야기로 수정했다. 궁극적으로는 뮤지컬 [로기수]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강렬한 이야기로 전해지길 바라면서 수정했다.

그렇다면 수정 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초연에서 좋아했던 부분들을 강화하고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보완하려 했다. 예를 들어 탭댄스를 공연 초반에 배치하였고, 드라마에 어울리도록 음악을 강화했으며, 플라잉 장치 등 기술적인 부분에 신경 썼다. 무엇보다 새로 함께하게 된 배우들이 초연 배우들만큼 공연에 뜨겁게 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1막 엔딩에서 ‘날아올라’라는 가사에 맞춰 로기수가 정말 날아오른다. 극에 대한 몰입을 깰 수도 있는 부분인데, 초연과 마찬가지로 로기수를 들어 올린 이유가 있을까?
정말 좋아하는 것을 꿈꾸다 이루었을 때,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다’라는 관용구가 어떨 때는 정말 구현되는 것 같다. 주인공 로기수에게 그런 순간을 맛보게 하고 싶었고, 로기수의 그 마음을 무대에서 구현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누구나 날아오르는 기분을 느낀 적이 있을 거라 믿는다. 공연을 준비하던 초반부터 왠지 로기수는 꼭 하늘을 날게 해주고 싶었다.

모티프가 된 사진 속 포로들이 추는 춤은 포크댄스다. 여러 장르의 춤 중 탭댄스를 소재로 가져오며 의도한 것은 무엇인가?
포크댄스보다는 좀 더 난이도 있는 춤을 보여주고 싶었고 전형적인 미국문화의 산물로서 기능하는 춤을 선택하고 싶었다. 쇼뮤지컬에서 주로 사용되는 탭댄스를 거제도 포로수용소라는 공간에서 보여줌으로써 이질감을 통해 더더욱 선명하게 주인공 로기수의 형용모순인 꿈을 표현하고 싶었다.

탭댄스와 북한 사투리, 봉술 등 [로기수]는 관객이 보기에 즐거운 작품이지만,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쉽지만은 않은 작업일 것 같다.
뮤지컬 [고생]이라고 불렀다. 탭, 격투, 사투리 등 해보지 않은 많은 것을 배워야 했고, 배우들은 엄청난 양의 땀을 흘려야 했다. 그 땀이 헛되이 마르지 않도록, 관객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연을 만들려고 애썼다.

로기수가 일상의 소리에 맞춰 탭댄스를 추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탭댄스의 리듬이 일상에서 들리는 소리의 리듬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빗소리, 발소리, 행진하는 소리, 격투하는 소리, 빨랫방망이 소리, 먼지 떠는 소리 등 일상의 소리를 탭댄스로 승화시키는 로기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그 일과 관련 없는 것들도 연관되어 느껴지는 순간이 있으니까. 예를 들면 남학생들은 당구를 처음 배울 때 사각형만 보면 당구대로 보이고 공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을 경험한다.

[로기수]는 성장담, 형제애, 이념, 사랑, 그리고 춤이 잘 버무려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도,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도 꿈을 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성장, 가족의 도움, 이념, 사랑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이 그 꿈을 꾸었을 때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라면 응원하겠다.

[로기수]의 시작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최근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야기나 이미지는 무엇인가?
시. 요즘에 시를 읽는 것이 좋다. 백무산 님의 ‘꽃’이 특히 좋다.

“기꺼이 극장을 찾아준 관객에게 일상에서 체험할 수 없는 새로운 것, 놀라운 것, 강렬한 것을 체험하게 해주고 싶다.”

과학고, 카이스트 출신의 연출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연출가가 되리라는 걸 언제 깨달았나?
고 등학교 2학년 수료식 때 연극반 담당선생님께서 연극반 공연을 보시고 연극 공부를 계속해보라고 하셨을 때. 카이스트 진학하는 애한테 이게 무슨…. 록 밴드와 연극동아리 엠티가 겹쳤는데 연극동아리를 선택했을 때. 브레히트를 처음 공부했을 때. 고2 때 연출로서 공연을 올리고 어떤 장면에서 ‘헉’하는 관객의 숨소리를 들었을 때.

연극으로 시작해 현재 뮤지컬까지 활동범위를 넓혔다. 서로 초점을 맞추는 포인트가 다를 것 같다. 각각 어떻게 임하고 있나?
사용하는 도구와 문법이 다를 뿐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는 장르라는 점에서 크게 구분하지 않는다. 그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당신에게 영향을 미친 창작자를 꼽아달라.
브레히트.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역사에 남겼지만 그가 시도한 것은 그저 형식이 아니라 혁명이었다. 그리고 올리버 스톤. 할리우드 메이저 감독으로서도 소신 있게 자기 이야기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에 충격받았다.

쉴 틈 없이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치는 순간이 있지 않나?
[히 스토리 보이즈]에서 헥터라는 등장인물이 고백한다. ‘아이들의 생기로 내 삶의 온기가 채워지길 바랐다… (중략) 하지만 이제는 애들이 일이 되어버렸다.’ 연출하는 것은 늘 행복한 일이었는데 책임져야 하는 일들, 특히 자본의 논리를 지켜줘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지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반짝이는 순간을 한번 맛본 사람은, 그걸 계속할 수밖에 없다.

다음 작품은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다. 이전 시즌과 달리 어떤 부분을 기대하면 좋을까?
대 부분의 배우들이 새로운 배우인 만큼 이 어렵고 아름다운 텍스트가 배우들을 통해 어떻게 발화되는가. 기대해달라. [히스토리 보이즈]에서 말하듯이 인류는 넘겨주고 받아서 느껴보고 또 넘겨주는 과정을 통해 성장해왔으니까. 이 공연이 다른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 볼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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