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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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콘서트 형식의 구성으로, 즉흥 연기와 대사가 혼재된 [헤드윅]은 배우에게 기대는 부분이 크다. 무엇보다 헤드윅이라는 인물의 쇼이기 때문이다. 연출 의도나 메시지는 같을지언정 배우와 그날의 공연장 분위기에 따라 다른 극이 된다(한국 프로덕션은 배우에 따라 의상과 가발도 다르다). 이번 시즌 헤드윅을 연기하는 배우로는 윤도현, 조승우, 조정석, 정문성, 변요한이 나섰다.
 
공연이 시작되고 헤드윅으로 분한 조정석이 객석을 지나 무대로 오른다. 다리를 고스란히 드러낸 핫팬츠를 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은 채 진한 화장을 한 얼굴로 객석을 돌아본다. “한마디로 내 얘기하러 나왔어요.” 그래, 스타 셰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와 연예기획사 대표(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이전에 그는 ‘뽀드윅(하얗고 뽀얀 피부 덕에 붙여진 애칭)’이었다. 2011년 이후 5년 만에 헤드윅으로 돌아온 조정석은 멀끔한 슈트 대신 짧은 치마를 입고 무대를 종횡무진한다. 헤드윅을 네 번째 연기하는 그의 무대는 ‘풋풋하다’는 표현보다 ‘농익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사연 많은 ‘언니’의 차분한 눈빛과 표정으로 동독 출신의 실패한 트랜스젠더 헤드윅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풀어놓다가도 “난 2층도 절대 소외시키지 않아” 하며 능청스럽게 관객을 어른다. 객석의 분위기에 따라 반응하는 순발력도 좋고 단단한 중저음으로 록 음악도 훌륭히 소화해낸다. 그리고, 예쁘다. 조정석은 모텔 리버뷰에서 브로드웨이의 밀레니엄 극장으로 공간을 이동시키기에 완벽한 ‘디바’였다.
 
[헤드윅]은 기존 300–4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700석 규모의 중극장으로 오면서 무대 구성에 변화를 줬다. 넓은 무대는 헤드라이터가 빛나는 폐차로 채웠다. 헤드윅의 설명대로라면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공연을 하는 토미를 따라 브로드웨이에 와 망한 뮤지컬 [정크야드]의 공연장을 빌린 것. 자동차의 보닛은 어린 헤드윅이 노래를 부르던 오븐이 되고, 트렁크는 ‘닥터 에스프레소’ 바가 된다. ‘사랑의 기원(The Origin Of Love)’을 부를 때에는 영화에서처럼 애니메이션을 활용하고, 헤드윅이 객석으로 뛰어드는 부분은 생중계하듯 무대 스크린을 통해 영상으로 보여주며 관객과의 거리를 좁힌다. 단출한 배경에 세트 변화 없이 헤드윅의 넋두리로 채웠던 이전과 달리 확실히 ‘콘서트’적 요소가 강해졌다. 소극장의 도란도란한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볼거리는 늘었다. 그리고 [헤드윅]의 음악은 여전히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전 공연이 그리운 팬이라면, (극중) 헤드윅의 브로드웨이 진출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보면 좋겠다.

글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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