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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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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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힘을 잃지 않는 강력한 코미디.
 
‘인간답지 못한 인간’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지구를 지켜라]의 병구가 외계인이라 믿는 인간들은 그에게 인간답지 못한 인간이다.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병구의 ‘망상’은 그의 과거사에 기초한다. 자신이 아버지와 선생으로부터 당한 폭력, 그리고 엄마와 애인 또한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병구는 그들이 모두 외계인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잡아 고문하고 조사하고 죽인다.
 
폭력적이고 어두우며 때로는 공포스럽기도 한 원작 영화를, 연극은코믹적인 소동극으로 표현했다. SF블랙코미디에서 ‘블랙’을 뺀 SF코미디. 모든 장면에 관객의 진지한 접근을 방해하는 장치를 숨겼다. 예를 들어 병구에게 붙잡힌 강만식이 탈출을 하기 위해 순이를 회유하는 과정에서, 직접 메아리를 만든다든가 인물들이 총에 맞을 때 슬픈 감상에 빠지지 않게 유머러스한 행동을 취하는 식이다. 그리고 이 코미디는 끝까지 이어진다. 코미디의 임무는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고, [지구를 지켜라]는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스토리와 원작이 주는 메시지는 바뀌지 않았다. 황당한 설정과 코믹한 배우들의 태도에 한바탕 웃고 나오다가도 뒷맛이 씁쓸해지는 것은, 이것이 우리 현실에 발 붙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지구는 누가 지키지?”라는 병구의 마지막 물음이 무겁다.

글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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