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하이츠

Theater,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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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하이츠
최근 몇 편의 뮤지컬과 연극 작품을 보며 공통적으로 든 생각이 있다. 동성애자들의 이야기지만 일반 사랑법과 다르지 않은 연극 "프라이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개인의 역사와 모성애가 돋보인 뮤지컬 "아리랑" 등 특정한 주제를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작품을 관객에게 내보이기 전, 만드는 이들이 풀어야 할 공통의 과제인지도 모른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는 뉴욕 워싱턴 하이츠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워싱턴 하이츠는 중남미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바네사를 짝사랑하는 우스나비와 지긋지긋한 동네를 떠나고 싶어 하는 미용사 바네사, 명문대에 진학한 니나와 택시회사에서 일을 하며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베니까지, 네 명의 친구를 중심으로 그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이민자의 삶을 다룬다. 워싱턴 하이츠의 주민들은 멀리 맨해튼과 뉴저지를 잇는 조지 워싱턴 다리를 보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다. 작은 방에 누워 높은 아파트를 꿈꾸거나 복권에 당첨되면 무엇을 할까 생각하는 현재의 우리와 다르지 않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드는 현대인들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인 더 하이츠"는 많은 대사가 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음악은 라틴과 힙합을 기본으로 해 기존의 뮤지컬과 차별화했다. 그러나 그 완성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음악은 흥겨웠지만 랩 대사를 듣기 위해 평소보다 더 신경을 기울여야 했으며, 라임과 플로우 등 랩에서 기대하는 즐거움이 충분히 만족되지 않았다. 가난과 삶의 고됨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의상의 부조화도 아쉬운 부분이다. "인 더 하이츠"는 주연배우만큼이나 조연이 돋보인다. 바네사가 일하는 미용실 주인인 다니엘라를 연기한 배우 최혁주와 빙수를 파는 피라구에로 역의 배우 유승엽 등 주변인물들을 지켜보는 것이 주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큼 흥미롭다.

글 김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