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Theater,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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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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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음악감독이 작곡하고 추가한 넘버 ‘갈가마귀’는 한국 무대에서만 볼 수 있다. ‘Nevermore’를 연이어 외치는 부분에서 소름이 돋는다.
 
일찍이 부모를 잃고 술과 도박으로 점철된 불행한 삶, 추리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어둡고 음울한 작품 세계,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를 떠오르게 하는 그리스월드와의 대립. 에드거 앨런 포는 그의 무엇에 초점을 맞추든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공연의 1막이 끝나자마자 든 생각은 의문과 당혹스러움이다. 관객이 좋아할 만한 필요 조건을 모두 갖췄음에도 [에드거 앨런 포]는 어떻게 이렇게 평면적인 이야기가 되었을까?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포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초반(‘매의 날개’ 부분) 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그의 작품([모르그 가의 살인사건])을 토대로 만든 장면도 있으며, 자상하고 로맨틱한 남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한 인물의 생을 다루는 데 있어 사건 중심의 전개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관객이 포의 고뇌와 내면에 접근하는 게 퍽 어렵다는 것이다. 개연성 없는 사건들이 징검다리처럼 눈앞에 나열되고, 포 개인의 갈등은 잘 보이지 않는다. 깊이 없이 횡적으로 확장하는 이야기에 공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 당혹스러움은 2막까지 이어진다. 그리하여 마지막, 그리스월드는 “그(포)는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과 사건들에만 몰두했습니다”라고 송사를 읽어 내려갔지만, [에드거 앨런 포]는 포의 내면에도, 그리스월드와의 관계에도, 포와 아내의 로맨스에도 몰두할 수 없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것은 바로 음악이다.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인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로 활동하며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모티프로 한 앨범을 발표하기도 한 에릭 울프슨의 음악이 일단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인 넘버는 ‘갈가마귀’다. 원작([에드거 앨런 포]는 라이선스 뮤지컬이다)에서 그리스월드의 낭독으로 표현된 ‘갈가마귀’ 장면은 국내 무대에서 김성수 음악감독이 작곡한 포의 넘버로 표현된다. 마치 파도처럼 잔잔하다가도 어느 순간 감정이 넘쳐 들어온다. 2시간에 걸친 지루한 시간을 한 번에 보상받는 기분. 게다가 한국 무대에만 있는 넘버니 이 공연을 놓칠 수 없는 이유를 하나 꼽자면, 바로 이거다.

글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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