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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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문화창작집단수다, (주)수현재컴퍼니

물은 온도에 따라 고체, 액체,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물의 상태를 결정짓는 것은 외부조건이다. 연극 [얼음]에는 두 명의 형사와 한 명의 소년이 등장한다. 18세 소년은 토막 난 시신이 발견된 후 살인용의자로 체포됐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고 취조실로 보이는 무대에는 단 한 명의 형사만이 있을 뿐이다. 형사의 대사를 통해 관객은 그 앞에 소년이 앉아 있을 거라 추측한다. 소년은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얼음이 된 물처럼, 오로지 두 형사의 말로써 소년과 이야기는 형체를 갖게 된다.
[얼음]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뿐만 아니라 보는 관객에게도 집중을 요하는 공연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관객은 미술을 전공하는 잘생긴 남학생을 떠올린다. 배우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 어디쯤에 소년이 앉아 있거나 서 있으리라 생각도 한다. 하지만 소년을 한 명의 배우로 받아들이고 몰입하는 것은 역시 무리다. 때때로 배우는 무대 위에서 외로운 원맨쇼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소통은 두 명에서 시작한다. 대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혼자 하는 대화는 단지 상황을 설명할 뿐이다.(두 형사가 함께 등장할 때가 가장 재미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보이지 않는 한 인물에 비중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새로운 시도다. 두 배우가 연기하는 형사는 흔히 봐온 전형적인 형사 캐릭터로, 자신의 방식으로 소년의 말을 이해하고 내뱉는다. 그래서 형사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진위 여부를 판단해보는 즐거움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얼음]은 무대의 삼면을 다 활용한다. 정면과 양 측면에 각각 하나씩 문이 있는데, 중앙탁자의 위치에 따라 출입문이 바뀌는 식이다. 마치 카메라의 각도를 바꿔 다른 측면을 보여주는 것처럼 관객의 시선을 전환한다. 소년은 실체가 없기에 하나의 유령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때때로 깜빡이는 중앙의 전구가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한다.

글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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