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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이 울려 퍼질 때

광복 70주년 기념, 동명의 베스트셀러 대하소설 원작. 창작 초연 뮤지컬 "아리랑"을 수식하는 말이다. 무대에 아리랑이 울려 퍼지면, 잊혀진 과거가 선연해질 것이다. 개막을 20여 일 앞둔 뮤지컬 "아리랑" 미리 보기.

우리는 1년 전의 아픔도 헤아리기 힘들어한다. 10년 전, 50년 전, 100년 전의 역사는 어떤가. 어느새 잊혀진 과거는 어떤지. 태극기가 거리에서 팔랑대는 기념일마다 무의식적인 되새김질만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소설가 조정래는 “아리랑” 10권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해방 50년 – 우리는 용서하지도 말고 잊지도 말아야 한다.” 소설 “아리랑”은 1990년에 쓰기 시작해 1995년에 12권으로 완성됐다. 조정래 작가는 5년 동안 200자 원고지 2만 장을 손으로 썼다. 그가 한 인터뷰에서 말한 “감동이라는 것은 지친 영혼과 무관심한 영혼을 흔드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그들보다 최소한 2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입증하듯 “아리랑”은 그 후 380만 부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소설은 일제의 침략부터 해방기까지, 일제의 수탈에 저항하거나 야합하거나 쓰러진 민중의 삶을 그린다. 우연인지 인연인지, 1995년은 광복 50주년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다. 이 대단한 소설 “아리랑”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창작 초연 뮤지컬로, 2013년 판권 계약이 체결되었으니 준비만 3년이 걸린 셈이다.

방대한 분량의 원작과 달리 뮤지컬 “아리랑”은 20년대 말까지로 시간을 한정했다. 36년이라는 시간을 모두 담기에는 역부족이었으리라. 12권으로 풀어낸 가슴 아픈 역사는 감골댁 가족사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일제강점기, 김제군 죽산면에 사는 감골댁의 아들 방영근은 빚 20원에 하와이에 역부로 팔려간다. 감골댁의 딸이자 방영근의 동생 수국과 차득보는 사랑하는 사이다. 송수익의 노비였다가 우체국 소사로 일하는 양치성은 수국을 짝사랑하고, 차득보의 동생 옥비는 개화사상을 지닌 양반 출신 송수익을 흠모한다. 송수익도 차옥비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표현하지 못한다. 양치성은 일본 앞잡이였던 아버지가 의병들에게 살해당하자 황국의 신민으로 충성할 것을 맹세하고, 을사보호조약 체결 이후 송수익은 의병이 되고 항일운동에 뛰어든다. 그리고 이토록 복잡한 인물들의 관계는 역사의 흐름에서 더욱 촘촘하게 엮인다(감골댁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김성녀가 맡았으며, 송수익은 서범석과 안재욱이 번갈아 연기한다). 이야기의 규모가 큰 만큼 30개 이상의 장면 전환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예를 들어 하와이에 역부로 팔려간 방영근이 중간중간 얼굴을 드러내는 식이다. 음악의 중심은 역시 ‘아리랑’이다. ‘아리랑’은 일제강점기에 강제 징용된 사람들이 부르던 저항의 노래이기도 하다. ‘아리랑’ 이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배경음악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19인조 오케스트라의 웅장함과 바이올린과 첼로, 오보에 등의 악기에 해금과 북을 더한 판소리 등이 어우러진다.

고선웅 연출은 뮤지컬 “아리랑”에 대해 슬프지 않은 느낌의, 애통하지만 카타르시스 있는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슬픔의 감정이 강요되지는 않겠지만, 언제 어떤 감정이 터질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7월부터 LG아트센터에서 ‘아리랑’이 울려 퍼진다. 우리가 되짚어봐야 할 시간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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