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Theater,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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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 뮤지컬 “아리랑”에 대해 누군가 물어본다면 ‘1920년대 그곳에 있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할 것이다. “아리랑”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시대적 ‘배경’이나 ‘행동’ 보다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관객들의 눈물샘을 건드리는 것도 일본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결연한 의지가 담긴 부분이 아니라 불 탄 마을에서 수국이 엄마 감골댁을 찾는 부분으로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배경에서 벌어지는 보통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정’이다. “아리랑”은 조정래 선생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소설의 내용과 인물을 선택적으로 집중해 감골댁 가족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편했다. 당시의 행동하는 남자들의 비장한 이야기를 다룬 기존 극들과는 달리 ‘기다리는 여성’이 더욱 도드라진다. 수국과 옥비에게 극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천장에서 옷이 내려오는데, 이는 수국과 옥비에게 일어난 일이 당시 여성들에게 흔히 일어났던 일일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천정에 걸린 옷은 모든 인물이 무대에 오르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그리고 지금 잊혀진 당시의 수많은 얼굴을 옷 위로 대입하게 된다. “아리랑”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과거를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거라면, 이는 꽤 성공한 듯하다.

무대는 빠른 장면 전환을 위한 무빙위크가 때론 산만해 보이기도 하고 상투적인 LED 스크린의 영상 등 아쉬운 점도 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관객이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배우와 앙상블 모두 연기와 노래가 훌륭하다. 양반 출신으로 독립운동을 주도하는 송수익, 일본 앞잡이였던 아버지가 의병들에게 살해되자 황국의 신민으로 충성을 맹세한 양치성, 아들을 20원에 하와이 역부로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감골댁 등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이 관객에게 전해진다. 특히 감골댁 딸 수국을 연기한 배우 윤공주에게 큰 박수를 보내는데, 그녀가 처절해지면 처절해질수록 주변에 훌쩍거림이 커질 만큼 보는 이의 감정도 함께 끓어 올랐다. 제목처럼 음악 역시 ‘아리랑’을 테마로 하고 있어 귓가에 ‘아리랑’이 가장 강렬하게 남지만, 이 외에도 “호시절 오겠제”라든가 “나도 수국 사랑해” 등 공연장을 벗어나도 떠오르는 구절이 많은 것도 장점이다.

글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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