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니 토드

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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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 토드
스티븐 손드하임의 놀라운 음악과 국내 배우들의 열연. 뮤지컬의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파란 조명이 비추는 무대는 불 꺼진 쇼윈도 같다. 3단으로 된 철제 골조 위에 마네킹처럼 선 배우들이 스위니 토드의 이름을 부르며 객석을 압도한다. 선악이 모호하고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핏빛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스위니 토드]는 블랙 코미디의 면모가 강한 스릴러 뮤지컬이다. 복수심에 불타던 스위니 토드는 죄 없는 사람도 서슴없이 죽이는 살인마가 되고, 러빗 부인은 살해된 시체를 갈아 파이를 만드는데, 그 사이사이 반짝이는 유머가 있다.
 
웃음을 자아내는 기괴한 스릴러. 이 뮤지컬은 ‘서로 잡아먹는 인간들’, ‘윗놈이 아랫놈 식사거리’ 등의 가사로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부조리한 사회를 풍자하는 동시에, 코미디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살기 위해서라면 미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역설하는 것 같다. 아내를 탐한 판사에 의해 누명을 쓰고 추방당한 스위니 토드와 고기를 살 돈이 없어 파리만 날리던 파이 가게의 주인 러빗이 그 시대를 사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웃음이 나오는 한편 씁쓸하고, 모두가 악하지만 맘껏 욕할 수는 없다.
 
배우들의 공도 크다. 스위니 토드를 연기한 배우 조승우는, 토드가 빼앗긴 아내와 딸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넘버 ‘Epiphany’를 통해 광기에 빠지고 살인마가 되는 토드를 단숨에 납득시킨다. 큰 웃음을 자아내는 1막의 마지막 곡. 토드와 러빗 부인이 파이를 만들며 주고받는 넘버는 잔인하면서도 유쾌한 만담이다.(예를 들어 ‘정치인 뱃살 파이는 도둑놈과 사기꾼을 섞은 맛’이라는 가사가 있다.) 만담에서 중요한 것은 파트너와 천연덕스러운 연기력. 오랫동안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온 배우 조승우와 전미도는 완벽한 콤비다.
 
이번 공연은 스릴러와 코미디 중 코미디의 비중이 높다. 2막으로 넘어가며 긴장감은 약해진다. 그러나 뮤지컬의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뮤지컬에 왜 음악이 있어야만 하는지를 존재로 증명하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음악, 이질감 없이 맛깔난 번역 등 모두 적절하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이 차린 훌륭한 정식을 맛본 듯, 기분 좋은 포만감이 느껴진다.

글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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