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뚫는 남자

Theater,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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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뚫는 남자
세상에는 수많은 벽이 존재한다. 과거 독일을 둘로 나눈 베를린 장벽뿐만 아니라 옆자리 동료와 알게 모르게 느끼는 거리감도 벽이다. 물리적이건 심리적이건 모두 ‘벽’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서 의미하는 벽도 그렇다. 주인공 듀티율은 존재감 없는 우체국 공무원이다.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동료들의 일까지 떠맡아 하는 그의 세상은 퍽 답답해 보인다. ‘벽’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그에게 벽을 뚫는 초능력이 생긴다. 이를 통해 그는 주변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랑까지 쟁취한다. 그리고 더 이상 그가 뚫어야 할 벽이 남아 있지 않았을 때, 이야기는 결말에 다다른다.
 
벽에서부터 시작된 소통에 대한 물음.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가 던지는 질문은 꽤 진지하지만 기발한 소재처럼 분위기는 시종일관 밝다. 게다가 영화 "쉘부르의 우산"의 작곡가로 유명한 미셸 르그랑이 만든 아기자기한 음악은 이 이야기를 더욱 동화적이고 감성적으로 만든다. 194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했지만 그런 무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무대 디자인은 아쉽다. 이 작품의 이미지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본 1920년대 파리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정신과 의사 듀블에서부터 경찰, 변호사, 형무소장까지 익살스러운 4명의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 조재윤과 야채장수와 매춘부를 동시에 연기한 배우 김영주가 특히 빛났다. 가수로 데뷔해 뮤지컬 배우로서의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이지훈 또한 듀티율의 많은 대사("벽을 뚫는 남자"는 성스루 뮤지컬로 대사도 노래다)를 소화하며 제 몫을 다한다.

글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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