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노트

Theater,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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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

정의란 무엇인가. 이는 2010년 국내에 출간되며 강력한 열풍을 일으켰던 마이클 센델의 책 제목이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 뮤지컬 “데스노트”에도 정의에 의문을 갖는 한 인물이 등장한다. 천재고교생 라이토(홍광호)는 단지 조금 삐뚤어진 모범생이다. 법과 정의가 서로를 억압한다고 생각한다. 첫 넘버 ‘정의는 어디에’에서 라이토는 이렇게 노래한다. “자신만의 정의를 찾는 건 아무 의미도 없어. 자신만의 정의를 주장하는 놈들 누구라도 별수 없이 바보처럼 무시당하지, 그게 정의란 거야.” 그래서 ‘데스노트’를 주었을 때 그것이 자신의 정의를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이라 여기며 스스로 이 세계의 정의가 되려 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데스노트’라는 넘버다. 처음 살인을 저지른 뒤 혼란스러워했던 그가 시간이 지나 더 많은 살인을 저지르며 새로운 세계의 신이 되겠다고 외치는 바로 그 부분. 그리고 이 한 곡 중간에 수사관들이 현재까지 일어난 살인의 횟수를 세는 하는 모습을 넣어 시간을 성큼 당기고 라이토의 심리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멋진 장면을 만들었다. 커다란 흐름은 원작인 만화책을 벗어나지 않는다. 극 구성이 평이하고 오케스트라 피트를 감싸는 돌출무대를 제외하고는 독특한 무대장치도 없다. 하지만 무대를 세 구역으로 나눠 라이토를 쫓는 수사관들과 홀로 떨어져 있는 엘, 그리고 방안의 라이토까지,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세 무리를 한 무대에서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또 ‘데스노트에 이름이 적히면 40초 후에 죽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시키는 초침소리와 시계, 텔레비전 뉴스를 활용한 상황 설명 등 관객들이 흥미로워할 요소는 분명 있다.

무엇보다 극을 이끄는 다섯 명의 주연 배우들이 마치 어벤져스 군단 같다. 점차 악에 물들어 광기를 내비치는 라이토는 홍광호가 놀라운 연기와 가창력으로 무대에서 살아나게 했다. 시종일관 기이한 웃음소리와 행동으로 라이토를 쫓는 탐정 엘(김준수)은 정의를 추구한다기 보다 자신과 대적할만한 상대가 나타난 것을 즐기는 듯하다. ‘어디 게임 한판 즐겨 볼까?’라고 말하는 괴짜. 김준수가 만든 엘은 원작 만화보다 평범해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더 깊은 음울함을 감춘 것처럼 보인다. 구부정한 자세와 가벼운 몸놀림, 그럼에도 절도 있는 걸음걸이는 단연 ‘몸 연기’의 최고를 보여준다. 사신 류크(강홍석)는 마치 해설자처럼 무대를 거의 벗어나지 않고 관객처럼 라이토를 비웃고, 보이지 않는 엘에게 말을 걸며 죽음, 살인 등의 무거운 주제를 담은 극에서 재간둥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라이토가 진정한 영웅이자 구원자라고 믿고 있는 미사 역의 정선아와 또 다른 사신 렘 역의 박혜나 역시 훌륭하다. 수평을 이루는 저울처럼 모든 배우가 뛰어난 극을 보는 즐거움을 준다.

글 김혜원

이벤트 웹사이트 http://www.musicaldeathno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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