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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여인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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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동성애자 몰리나와 반정부주의자 발렌틴. 둘은 감옥에 갇혀 있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는 금방이라도 탈옥할 수 있을 것 같은 허술한 틈이 보인다. 작품을 더 세세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오히려 작품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된다. 일례로 잦은(혹은 잦게 느껴지는) 암전은 장면을 전환하는 것보다 흐름을 끊는 느낌. ‘어?’ 하고 예상치 못한 순간 사위가 어두워진다. 디테일도 아쉽다. 병색이 완연해야 할 발렌틴의 얼굴은 너무 뽀얗고 무대를 감싼 쇠창살은 ‘여기가 감옥이오’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몰리나에게 발렌틴에 대한 정보를 캐내도록 시킨 감옥 소장의 목소리! (그는 목소리로만 등장한다.) 그 어색한 목소리가 우리를 감옥에서 현실로 끌어냈다. 
 
몰리나가 이야기를 이끌다 보니 상대적으로 발렌틴의 심리 변화가 덜 보인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 그럼에도 몰리나를 연기한 배우 이명행은 돋보였다. 2인극인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몰리나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발렌틴이 몰리나에 동화되듯 관객도 그에게 몰입된다. 이명행이 연기한 몰리나는 안정적인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음과 동시에 분위기를 발랄하게 이끈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동명의 영화와 소설을 원작으로 감옥에서 만난 두 남자의 이야기다. 감옥이라는 공간은 접점이 없는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무대인 동시에 가장 나약하고도 정직한 상태에서 그들을 마주 보게 하는 설정이다. 그리고 "거미여인의 키스"라는 톱니바퀴가 굴러가는 데 결정적인 소재는 영화다. 두 사람의 간격을 좁히는 매개다. 매일 밤 조금씩 펼쳐놓는 몰리나의 영화 이야기에 발렌틴은 조금씩 마음을 연다.
작성:
Hye-w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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