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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 정준일

11월 12일부터 학전블루소극장에서 한달 간 관객을 만나는 정준일에게 물었다.

겨울마다 ‘겨울’이라는 이름의 소극장 공연으로 관객을 만나온 정준일. 예쁘고 따뜻한 코트처럼,그의 음악은 차가운 계절이 싫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올해 연말 역시 소극장에서 16번 관객을 만날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바빴죠? 올해 다양한 활동이 있었어요. <라디오 스타>처럼, 이전에는 나오지 않았던 예능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비춰서 신선했고요.

이제 음악만 들려주는 시대는 지났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물론, 동의해요.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죠. 그래도 제 선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음악을 할 수 있느냐’는 거예요. 과정이 즐겁고 만족할 만큼 해낸 것들은 수치와 관계없이 스스로 좋은 결과라 생각해요. 음악 작업 중에서는 <너에게>
(콘서트 레코딩 음반)가 가장 기억에 남고, 규현 (슈퍼주니어)의 앨범에 참여한 곡, 그리고 곧 공개될 다른 한 곡도 좋았어요.


곧 학전블루소극장에서 공연을 해요. 뮤지션에게 의미 있는 공간일텐데.

처음으로 콘서트를 본 곳이 학전블루 소극장이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자화상’의 공연이었죠. 좋아하던 수많은 뮤지션을 만난 곳이라 성지처럼 여겨지고 지금도 그 무대에는 누구나 설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공연이 무척이나 영광스럽습니다.

37인이 동원되는 오케스트라 편성의 대형 콘서트도 했지만, 소극장 공연도 주기적으로 해왔어요.

어느 순간부터 모든 분야가 본질보다 형식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공연에는 음악을 잘
전달하려는 의미 외에 다른 게 섞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소극장 공연은 준비 자체를 많이 하지
않아요. 대신, 형식이 단순해질수록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지죠. 노래를 들려주고 싶고, 잘하고 싶은

 

이번에도 역시 첼로, 기타, 피아노만 있는 세팅으로 무대를 준비한다고 들었어요.   

거대한 숲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나무마다 매달린 이파리들의 결, 벌레 먹은 자국 등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해요. 악기들을 배제한 채 노래하면 사실 굉장히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어요. 기댈 곳도, 숨을 곳도 없기 때문에 음정 하나하나를 바짝 긴장한 채 부르게 되고요. 적은 수의 악기와 함께 물결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호흡도 중요하죠. 사실 큰 무대도 죽을 것 같고, 작은 무대도 죽을 것 같아요. 하하. 

이전 소극장 무대는 세트 리스트가 다양해서 재미 있었어요. 이번 공연은 어떨까요.

제 노래 외에 이소라, 김동률씨 노래도 불렀고 때로는 노영심, 나원주, 데이비드 포스터처럼 영향 받았던 아티스트의 곡을 들려 드렸어요. 보컬 없이 ‘대니 보이’(잉글랜드 포크송) 같은 민요나, 5분간 테마 없는 즉흥 연주를 하기도 했고요. 그 날 기분이나 변수에 따라 곡을 정하는 게 많은데, 아직까지는 정해진 곡이 없어요.

소극장 공연을 자주 하다 보면 습관 같은 것도 생길 법해요. 

일단 오고 가는 길에 직접 운전해요. 공연 하는 시간보다 전후의 시간이 스스로 더 중요하거든요. 그 순간들이 모두 공연의 일부로 느껴져요. 가는 길에는 보통 칼라 블레이(Carla bley)의 음악을 듣고 돌아올 때는 어떤 음악도 듣지 않아요. 아, 대신 돌아오는 길에는 종종 빅맥과 다이어트 콜라를 사먹어요.

음악과 상관 없이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뭘까요. 사소한 거라도요.

그렇다면 6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해보고 싶어요. 단, 통장 잔고가 유지된다는 가정하에요. 하하. 그리고 나서도 만든 음악이 또 사랑 받는 걸 꿈 꿔요. 말도 안 되는 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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