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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프로듀서의 시대

88년생 지디부터 92년생 지코까지. 지금 서울은 젊은 프로듀서들에게 심취해 있다. 글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Courtesy of YG entertainment

 

90년대가 히트곡을 다수 보유한 인기 작곡가와 싱어송라이터들의 시대였다면 2010년대는 바야흐로 프로듀서, 조금 더 정확히는 사운드 프로듀서의 시대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듀서 붐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음악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시작되었다. 바로 <슈퍼스타 K>를 위시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과 MBC <무한도전>의 ‘고속도로 가요제’, 엠넷의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 같은 음악 예능에서부터였다. 일종의 현상이라 해야 할 정도로 뜨겁다.

젊고 반짝이는 프로듀서들을 끊임없이 배출하고 있는 <쇼 미 더 머니>는 물론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로 시작해 2015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까지 2년에 한 번씩 음원 차트를 들었다 놓는 무도 가요제는 음악을 완성하는 데 있어 목소리와 멜로디 이외의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대중의 인식 자체를 근본부터 들쑤신다. 그 바탕에는 해당 프로그램들로 인해 다시금 주목받은 젊은 프로듀서들의 역량이 무엇보다 크다. 앨범 한 장은 물론 한 아티스트의 세계관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에너지로 꽉 찬 이들. 현재 가요계에서 실력과 스타성 모두를 갖춘 90년대 전후 태생의 젊은 프로듀서들의 몸값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정형돈과 ‘뜻밖의 케미’로 2013년을 들었다 놨던 지드래곤(GD)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박명수와 함께한 GG의 ‘바람났어’(2011), 형용돈죵의 ‘해볼라고’ 등으로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캐릭터 구축, 대중적 히트 등 세 마리 토끼를 무리 없이 잡아내며 ‘예능과 음악이 동시에 가능한 프로듀서’라는 새로운 감투를 썼다. 2006년 빅뱅의 리더로 데뷔한 이래 히트곡 수, 그에 따른 저작권 수입 규모, 다분야의 이슈 메이킹까지 가요계와 연예계, 예술계를 넘나드는 활약상 가운데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던 그의 커리어에 또 하나의 왕관이 덧씌워진 셈이다.

그런 그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자이언티(Zion, T)를 빼놓을 수 없다. 비록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더 유명한 사람이랑 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3번의 거절 끝에 겨우 파트너를 찾는 등 각종 굴욕을 당하긴 했지만. 2011년 첫 싱글 ‘Click Me’를 발표한 이후 내놓는 앨범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그의 화려한 이력을 안다면 다들 그렇게 홀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느낌에 몸을 맡긴 힙합 비트에 흥이 이끄는 대로 노래하고 춤추는 자이언티의 자유롭고 독보적인 스타일은 새로운 세대의 ‘스타일리스트’ 가 탄생했음을 알리는 신호탄 같았다. 오직 음악성만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한국 대중음악상 시상식의 단골 후보인 것은 물론 동료 크러시(Crush)와 호흡을 맞춘 ‘그냥’, ‘꺼내 먹어요’ 등으로 2015년의 떠오르는 음원 강자로 재탄생한 그 역시 도무지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전천후 프로듀서의 형상 그대로다. 소속사 아메바컬처 아티스트들과의 꾸준한 컬래버레이션은 물론 프라이머리, 인피니트 H 등 인디와 메이저를 한데 아우르는,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프로듀서임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지코(Zico)는 엠넷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가 낳은 황태자라 할 수 있다. 시즌 4에서 레이블 하이라이트의 수장 팔로 알토와 함께 팀을 꾸리며 화제를 모은 그는,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유연한 자세로 ‘아이돌’이라는 더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가능성을 하루하루 일깨워주고 있다. 소속 그룹 블락비의 ‘제대로 노는 아이들’이라는 독특한 색채를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는 프로듀서임은 물론, ‘Tough Cookie’, 믹스테이프 등의 꾸준한 솔로작 발표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자 했던 오랜 노력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음악계가 낳고 음악 예능이 키워나가고 있는 21세기의 젊은 프로듀서들. 그들이 장악해나갈, 어쩌면 벌써 장악해버린 가요계의 미래가 새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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