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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을 넘어 하나의 취향으로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김광석을 부르는 젊은이들

얼마 전 故 김광석이 남긴 미완성 악보가 공개됐다. 가사 없이 음표만 남은 악보였다. 그가 끝맺지 못한 곡을 완성하기 위해 ‘연결의 신곡 발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가사를 응모할 수 있었고 가사는 온라인에 공유돼 투표와 심사위원(작사가 심현보, 가수 성시경, 프로듀서 정재일) 평가를 거쳤다. 3주간 모인 가사는 1만3000여 건. 그 중 단 하나의 가사가 최종 선택됐다. 이 가사는 10월 30일 완성된 곡으로 공개된다. 누군가는 미완성으로 남기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일 수 있다고 이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가수이기 전에 나도 누군가의 팬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불러보고 싶은
순수한 마음으로 하게 됐다”는 성시경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김광석을 추억하는 팬들의 도전이 세대를 막론하고 이어졌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10대와 20대의
참여가 많았다는 점. 최근 들어 젊은 층 사이에서 옛날 뮤지션이나 노래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광석, 유재하 같은 포크, 발라드 가수뿐만 아니라 산울림, 들국화 같은 록 뮤지션에 이르기까지, 라디오가 아니면 들을 수 없었던 가수들의 음악이 젊은 가수들을 통해 종종 공중파를 탄다.
 
그것도 생각보다 많이. 90년대에 태어난 로이킴, 곽진언이 자신들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대의 사람들(80년대의 유재하와 들국화 같은) 노래를 다시 부르는 걸 보면 기성세대에게는 놀랍고도 대견한 모습일지 모른다. 젊은 세대가 옛 노래를 다시 듣고 부르는 이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를 다시 부르는 요즘 젊은이들.
흐름을 매스컴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복고의 유행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20-30 년도 더 지난 이 노래들이 이제 와 젊은 세대에게 다시 주목 받는 데에는 유행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시대의 변화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느끼는 일상의 공감대가 노래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20대들도 언젠가 군대에 가면 ‘이등병의 편지’를 쓰고, 회환으로 가득 찬 ‘서른 즈음에’ 서게 될 것이며, 언젠가 더 늙어서는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에 공감할 날이 올 것이다. 김광석의 오랜 친구이자 뮤지션인 박학기 씨가 “김광석의 노래는 정신 없이 살던 어느 날, 가슴에 툭 떨어지는 위로와 같다”고 말한 것처럼, 지금의 젊은 세대들도 이런 옛날 노래들에서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 
 
바야흐로 음악도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만들어지는 시대. 하루에도 수 백곡씩
쏟아지는 요즘 노래에는 흥미를 끌기 위한 자극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젊은이들에게 노래는 취향의 대상이라기보다, 발 빠르게 따라가야 할 유행이나 소비의
대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때문에 오락실 기계음처럼 촌스러운 멜로디나 통기타로만 이뤄진 단조로운 멜로디, 기교 없이 덤덤한 목소리와 가사로 이뤄진 80-90년대의 노래들은 첨단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에게 신선하고도 순수한 감성으로 느껴진다. 물론 젊은 세대는 김광석이나 서지원의 인생을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SNS 와 미디어를 통해 새롭게 알려지는 옛날 노래들은 그들의 플레이 리스트에도 계속 저장되는 중이다. 앞으로도 김광석을 그리워하고, 서지원처럼 사랑을 고백하는 ‘뉴 키즈’의 탄생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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