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마

누가 에바 두버네이 감독의 미국 흑인참정권 운동(셀마 행진)을 다룬 이 영화를 단순한 역사극으로 볼까?(정말 제대로 된 역사극이긴 하다.) 미국에서 인종차별 문제는 끊이지 않는 사회적 이슈다. 다른 수많은 위인의 전기 영화와 달리 "셀마"는 마틴 루터 킹의 역사적인 1965년 셀마 행진이 상징하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논쟁과 매번 바뀌는 전략의 도가니로 관중을 끌어들인다. 돌돌 말아 올린 소맷자락과 땀에 절은 눈썹, 효과음이 아닌 진짜 절규 소리 등 영화는 완벽하고 실감 나는 디테일로 가득하다.

"셀마"의 시나리오 작가 폴 웹은 세심한 사전 조사와 우아한 스토리로 크고 작은 중요한 역사적 순간을 영화에 완벽하게 담아냈다. 196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러 나가며 멋들어진 고급 타이에 대해 투덜거리는 마틴 루터 킹(데이비드 오예로워)과 그를 달래는 아내 코레타 스콧 킹(카르멘 에조고)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마틴 루터 킹은 감동적인 설교(군중 속에 있다면 함께 흥분할 수밖에 없는)를 통해 교인들에게 굳은 믿음을 심어주는가 하면 근심에 차 있는 흑인 인권운동가들에게 ‘극적인 무언가’에 대한 필요성을 조용히 역설하며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으슥한 산길을 따라 셀마부터 몽고메리까지 54마일을 행진하려는 계획은 극이 전개됨에 따라 차차 드러난다.

"셀마"는 복잡하지만 정교한 퍼포먼스로 극을 지배한다. 하지만 영화의 주된 성공 포인트는 그 시대의 정신적, 지리적 불안을 잘 포착해 그려낸 것이라 할 수 있다. 1965년, 불안과 낭자한 유혈, 한여름의 숨막히는 열기를 느끼려면 지금 "셀마"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