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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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몽

‘예술 영화는 재미없다’는 공식이 깨진 지 이미 오래다. 최근 특별한 재미로 인기를 모은 수 편의 다양한 영화처럼, 영화 < 춘몽 >도 재미있는 예술 영화다. 영화 속 장면들이 꿈인지 현실인지 그 경계를 규정하기 어렵고, 해석이 모호한 장면도 많지만, 이 영화는 분명 ‘흥미로움‘을 넘어서 ‘재미있다’. 무엇보다 < 춘몽 >을 보고 한 번도 웃음을 터트리지 않은 관객은 없을 것이다.

< 춘몽 >의 유머 코드는 대부분 ‘연기파 감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세 남자,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에게서 시작된다. 한물간 건달 ‘익준’, 밀린 월급도 받지 못하고 공장에서 쫓겨난 ‘정범’, 집주인의 바보 아들 ‘종빈’은 너무나 찌질해서, 그만큼 웃기다. “꿈 속에서 세 명과 다 잤어요!”라고 말하는 ‘예리’에게 “꿈속에서, 우리 중 누구랑 제일 먼저 잤어요?”라고 어이 없는 질문을 하는 ‘종빈’이나 “나,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줘”라고 마음을 전하는 ‘정범’의 여자친구에게 “나, 정범이랑 친한데, 제가 대신 안아드리면 안될까요?”라고 제안하는 ‘익준’은 보통 남자라면 속으로 담아두었을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폭소를 자아낸다. 여기에 동명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등 세 감독의 싱크로율을 상상하는 재미가 더해져 웃음은 배가 된다. 카메오로 출연한 배우들이 만들어낸 유머 코드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극 중 사진가로 출연하는 뮤지션 백현진, 악덕사장 김의성, ‘정범’의 옛 연인으로 분한 신민아, 신민아의 남자친구 김태훈, ‘예리’가 짝사랑하는 남자 유연석, ‘익준’의 후배 깡패인 조달환 등 의외의 장면에서 의외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깜짝 즐거움을 준다. 낯선 길을 걷다가 절친을 만난 것처럼 반가운 기분이랄까.

하지만, 오해는 마시길! < 춘몽 >은 마음껏 웃고 싶은 관객이 선택해야 할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전작들에서 소외된 계층, 주류와 비주류 경계에 선 소수 계층의 삶을 다뤄온 시네아스트 장률 감독은 < 춘몽 >에서도 사회의 주류가 되지 못한 아웃사이더의 황폐한 삶을 조명한다. 전신마비 아버지를 돌보는 조선족 여인 ‘예리’, 더 이상 깡패가 아닌 건달 ‘익준’, 조울증을 앓는 탈북자 ‘정범’, 뇌전증을 앓고 있는 ‘종빈’ 모두 인생이 고단한 아웃사이더들이다. ‘예리’는 점쟁이에게 ‘아버지가 오래 살아’라는 점괘를 듣고 한껏 기뻐할 수 없고, ‘정범’은 악덕 사장에게서 밀린 월급을 받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 영화 속 유머 코드는 이 고단한 삶을 짊어진 4인이 희망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생산된 것이기에 폭소 후에도 이내 안타까운 기분이 들고 만다.

신기한 것은 피폐한 삶을 소재로 하고 그 위에 위트를 가미한 이 영화가 줄곧 따뜻한 감성을 유지한다는 사실이다. 주인공인 아웃사이더 4인이 서로를 깊게 ‘애정’하고, 연민하는 모습 때문이다. 정신적 한계에 몰려 가방 속에 칼을 품은 ‘정범’을 위해 ‘익준’과 ‘예리’, ‘종빈’이 힘을 합쳐 악덕 사장에게서 돈을 받아낼 때나, 아버지를 시설 좋은 요양원에 보내고 싶어하는 ‘예리’를 위해 ‘익준’이 현직 깡패의 제안을 받아들일 때, “조금만 기다려봐. 돈 들어올 때가 있어”라고 말하는 ‘익준’에게 “우리, 그냥 이렇게 살자”고 설득하는 예리의 모습을 볼 때, 아무리 고단한 삶이라도 기쁨을 느끼는 찰나가 반드시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척박한 인생 속에서도 서로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주는 이들의 모습은 봄날의 꿈처럼 따뜻하다. < 춘몽 >을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왠지 위로 받은 느낌을 갖게 되는 건 이 때문이다.

박훈희 (콘텐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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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정보

개봉일 목요일 10월 13일 2016
상영 시간 101분

출연 배우 및 촬영 스탭

감독 Lu ZHANG
각본 Lu ZHANG
출연 Han Ye-ri
Yang Ik-joon
Park Jung-bum
Yun Jong-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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