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Movies, 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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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n to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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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주목받은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
 
연상호 감독이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두 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창조해낸 세계는 하나같이 절망적이고, 비관적이다(두 편 사이에 찍은 단편 [창](2012)의 배경인 군대 또한 마찬가지다). [돼지의 왕]에서 빈부격차 때문에 생긴 학급 계급 구조는 사회의 축소판이나 다름없었고(밝게 자라나야 할 아이들의 학교가 철저하게 계급으로 구분된 사회라는 발상이 꽤 섬뜩하지 않은가), [사이비]의 배경인, 수몰 지역으로 지정된 시골 마을에 들어온 인간(기독교를 빙자한 사기꾼과 노름과 싸움을 일삼는 마을 폭력배 김민철)들은 죄다 나쁜 놈이다.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을 연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를 어떤 지옥도로 그려낼지 궁금했던 것도 이제껏 보여준 출구 없는 세계관에 거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살아 있는 시체가 득실거리는 [부산행]의 KTX는 한 줌의 희망도 찾아볼 수 없는 고속열차다. 또 하나, (정작 감독은 자신이 애니메이션 작가이기에 당연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돼지의 왕]은 굳이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영화로 만들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는데, 그 점에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미리 본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 [부산행]은 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부산행]의 재앙은 좀비를 만드는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시작된다. 회사 일 때문에 가정에 소홀한 펀드 매니저 석우(공유)는 딸 수안(김수안)의 생일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별거 중인 아내가 있는 부산행 KTX를 탄다. 별별 사람이 다 타는 열차답게 석우와 수안뿐만 아니라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임신한 아내 성경(정유미) 옆을 항상 지키는 상화(마동석), 대학교 야구팀 선수 영국(최우식)과 그를 좋아하는 야구팀 치어리더 진희(안소희), 이기적인 고속버스 회사 사장 용석(김의성)이 그들이다. 서울역을 막 떠난 열차는 좀비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이 재앙을 열차 안에서 뉴스를 통해 접한 사람들은 찰거머리처럼 붙어 날카로운 이빨로 단숨에 사람을 죽이는 좀비들을 피하기 위해 안전한 칸으로 도망친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열차 안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는 없다. 이 폐쇄된 공간 안에서 거대한 지옥도가 펼쳐진다.
 
좀비 장르의 불모지인 충무로에서 좀비 영화가 시도됐다는 게 대담하면서도 반갑다. 조지 로메로의 걸작 [시체들의 새벽](1978)부터 대니 보일의 [28일 후…](2002), 잭 스나이더의 [새벽의 저주](2004)를 거쳐 최근의 [월드워 Z](2012, 마크 포스터)까지 해외 좀비 영화를 보면서 양가감정을 가져왔던 게 사실이다. 재빠른 속도로 인간을 쫓아다니는 좀비들을 보면서 소리를 지르며 열광하다가도 배경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다 보니 그 공포가 아주 생생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좀비 영화로서 [부산행]은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한국사회의 단면을 실감 나게 펼쳐낸다. 쉴 새 없이 쫓아오는 살아 있는 시체 때문에 인간의 본성이 극단적으로 나뉘는데, 어떤 캐릭터는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를 시도하고, 또 어떤 인물은 혼자만 살아보겠다고 이기적인 본성을 드러낸다. 또, 기차 영화로서 [부산행]은 서울에서 부산으로 질주하는 KTX와 꼭 닮았다(특히 후반부에 플래시백을 통한 구구절절한 사연 타령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든다). 열차 안에서만 사건이 벌어지는 기차 영화 [설국열차](2013, 감독 봉준호)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매력이 있다. 꼬리칸에서 머리칸까지 이동하면서 열차 내 계급의 구분을 공고하게 했던 [설국열차]와 달리 [부산행]의 등장인물들은 좀비가 있는 칸에서 없는 칸으로 도망친다. 그때 정부는 방송을 통해 “잘 대응하고 수습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전하고, 주인공 석우가 “사람들을 다 구할 수도 있었잖아요”라고 분노할 때 이 영화는 4월 16일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모든 등장인물이 재미있게 묘사되지만, 그중에서도 마동석이 연기한 조연 상화 캐릭터가 무척 매력적이다. 주인공 석우를 포함한 영화 속 인물 대부분 이기적이지만, 상화는 이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를 강조한다. 외모는 터프하고, 거칠지만 아내 앞에서는 한없이 유순한 남자, 아내가 도와달라고 사인을 보내면, 헤라클래스 같은 힘으로 좀비를 거침없이 제압하는 남자다. 그래서 [트위치필름(Twitch film)]은 “영화를 보면 마동석이 주인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길 것”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 의견에 동감한다. <부산행>은 얼마 전 막을 내린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부문에 초청됐다. 7월 20일 개봉 예정이다.
 
김성훈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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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정보

개봉일 수요일 7월 20일 2016
상영 시간 118분

출연 배우 및 촬영 스탭

감독 Sang-ho Yeon
각본 Sang-ho Yeon
출연 Gong Yoo
Ma Dong-seok
Jeong Yo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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