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최근 흥행한 한국 영화 중 다수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특히 근 2년간은 잘 알려진 감독들이 영화에서 이 시대를 다뤘는데, 그중 가장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닌 영화를 한 편 꼽으라면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이 스파이 스릴러 < 밀정 >을 선택하겠다. < 밀정 >은 작년 흥행작인 영화 < 암살 >을 떠올리게 한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유럽과 북미의 고전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 밀정 >은 일정강점기,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이 독립운동단체와 일본 경찰 사이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며 겪는 정서적 갈등을 긴장감 넘치게 보여준다. 이번 작품을 통해 김지운 감독과 네 번째로 함께하는 배우 송강호가 펼치는 깊이 있고 재치 있는 연기는 영화의 장점을 살리는 일등 공신이다. 힘과 고뇌를 동시에 전달하는 그의 연기는 관객의 공감과 연민을 얻기에 충분했다. 함께 출연한 공유는, 비록 송강호만큼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그의 연기 인생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병헌의 조금의 놀라운 등장은 이 시너지 넘치는 캐스팅을 완성한다. 그러나 이렇게 빛나는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 밀정 >에서 가장 주목받아야 할 것은 전율을 일으키는 미장센이다. 이미 < 달콤한 인생 >(2005)과 < 악마를 보았다 >(2010)를 통해 김지운 감독이 보여준 능수능란하고 숙련된 연출이 < 밀정 >에서 최고점을 찍는다. 기차와 한옥 지붕을 넘나드는 추격 장면에서 드러나는 그의 박진감 넘치는 연출 스타일이 이야기에 잘 녹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시너지를 이룬다.

글 피어스 콘란 (2Mr 필름 프로듀서,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