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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데이팅 앱의 진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이 앱 이야기

게이 데이팅 앱의 발전과 함께 변하고 있는 서울의 게이 씬

런던은 물론 전 세계 패션계에서 잘나가는 디자이너 제이더블유 앤더슨(J.W. Anderson)의 컬렉션이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물론 버버리가 그들의 쇼와 백스테이지 상황을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SNS 채널에 생중계해 조회수 30 만 건을 올리며 대박을 친 선례가 있다. 하지만 앤더슨 쇼의 경우는 접근 방식이 달랐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이 데이팅 앱 그라인더(Grindr)를 통해 스트리밍되었기 때문이다. “성 소수자들 몇몇에게 노출되어봤자 효과가 있겠어?” 라며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그라인더의 월 이용자는 무려 190만 명에 달하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0만 명에 비해 50만 명가량이 늘어난 수치이다. 매년 사용자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중국의 10대 게임회사 쿤룬이 9300만 달러(약 1127억원)를 투자하며 그라인더를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빠른 성장 속도와 국제적 사용 규모가 매력적이었던 것. 이는 성 소수자라는 표현이 무색한 시장 규모다!

국내에서 그라인더를 사용하기 시작한 건 아이폰 3GS가 출시한 2008년부터. 이전까지 한국 게이들이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이반시티(www. ivancity.com)라는 사이트뿐이었다. 커뮤니티 사이트로는 여전히 유일무이하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전용 채팅창을 이용해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1대1 만남은 물론 단체 번개라는 독특한 문화도 있었다. 방장이 채팅방을 열고 사람들을 모아 술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술 마시는 게임도 하고 커플 매칭도 했다. 워낙 게이들을 위한 만남의 장이 드문 시절이라 인기가 좋았다. 주말엔 50명이 넘는 게이가 종로의 쓰러질 것 같은 주점에 다닥다닥 모여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그라인더를 비롯한 다양한 데이팅 앱이 등장하면서 단체 번개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지금은 모두가 앱으로만 데이트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채팅을 하던 시절엔 밤새워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갔다. 지금은 키와 몸무게 그리고 프로필 사진만으로 상대방을 판단한다. 편리해졌지만 누군가를 만나기는 더 힘들어진 시대다.

‘번섹 하세요?’ 데이팅 앱은 다양한 문제도 낳는다. 그중 하나는 대부분 원나이트 파트너만 찾는다는 점이다. 진지한 대화를 하다 불쑥 성기 사진을 보내와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진을 도용하는 경우도 많다. 운동 선수나 트레이너들은 물론 일반인 중 멋진 몸매의 사진을 마치 자신의 사진인 양 프로필에 올려놓는다. 잘생기고 멋진 파트너만 찾는 외모 지상주의가 빚어낸 문제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만 보고 진작부터 겁먹진 말자. 몇 가지 요령을 알면 데이팅 앱을 통해서도 좋은 데이트 상대를 만날 수 있다. 우선 NSA, FUN, NOW, TOP, BTM 등의 단어가 프로필에 남겨져 있다면 이들은 오직 원나이트 파트너를 구하는 이들이다. 특히, NSA를 많이 궁금해하는데 ‘No strings attached’ 의 약자로 ‘쿨하게 즐기기나 하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반대 단어는? ‘Long term relationship’의 약자인 LTR이다. 가벼운 만남이 아닌 진지한 데이트 상대를 찾는다는 의미다. 또한 데이팅 앱의 경우 필터링 검색이 가능한데 Dates, Relationship으로 설정하면 섹스 파트너가 아닌 데이트 상대를 찾는 이들이 가까운 순서대로 뜰 것이다. 참고로 자신의 상태를 ‘Open relationship’으로 설정해놓는 이들이 많은데 ‘어떠한 만남이든 열려 있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나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누구와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니 주의하도록. 물론 남자친구와 합의 후 자유로운 섹스를 즐기는 친구들도 간혹 볼 수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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