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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퍼펙틀리 임퍼펙트’

만들어진 완벽함은 그저 피곤하고 지루한 것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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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아님. 배가 납작해 보이도록 100번 넘게 포즈 취한 결과임.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은 상태였음.’ 해변가에서 비키니를 입고 찍은 멋진 사진 아래 써있는 캡션 내용은 이랬다. 호주의 18세 소녀 에세나 오닐은 7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인스타그램 스타였지만, 1년 후, 화장기 없는 얼굴로 카메라 앞에서 고백했다. "인터넷 속의 '완벽한 소녀'들을 보며 나도 그들처럼 되길 바랐죠.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었을 때, 저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어요."

완벽을 추구할 때 찾아오는 피로(‘Perfection fatigue’)를 깨달은 이가 오닐과 같은 SNS상의 스타들만은 아닐 것이다. 평범한 우리들 역시 SNS에 올리기 위해, 혹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공간을 찍고, 일상을 찍을 때가 많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행동들은 영원히 계속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곧 재미없고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궁금하지도 않은 남의 일상을 보는 것이 지겨워 ‘잠수’를 타는 유저들도 늘어난다. 만들어진 완벽함에 대한 피곤이자 지루함의 결과다.  

'만들어진' 완벽함에 질린 요즘 세대들이 원하는 것은 개성과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 ‘퍼펙틀리 임퍼펙트’의 트렌드. 마케팅 에이전시 JWT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85%는 ‘결점은 사람들을 더욱 특별하게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들은 보여주기 보다는 즐거움에 만족을 둔 스타일을 추구하며, 기성세대라면 그저 완벽하지 못한 것으로 여겼을 것들을 유행으로 승화시킨다. 예를 들면, 두 세 가지 색을 섞어 염색하는 옴브레 헤어 스타일. 염색 후 색이 바래고 뿌리가 자라난 형태를 본딴 것이다. 나오미 시마다, 로빈 롤리 등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인기 또한 이유없이 생긴 것이 아니다. 한국에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모델이 있다. '88 사이즈'로서 "나는 크고 아름답다"고 당당히 말하는 플러스사이즈 모델 김지양. 활발한 모델 활동과 함께 플러스 사이즈 패션 잡지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속 모델 이미지는 수정되지 않았습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속옷 브랜드 애어리의 캠페인, 휠체어를 탄 모델을 보여주는 디젤, 다양한 개성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아메리칸 이글의 ‘아임퍼펙트(I’mperfect)' 캠페인 등, 패션 브랜드들도 이 트렌드에 맞추려고 노력 중이다. 

속옷을 입은 여러 명의 슈퍼모델, 그 위에 쓰여진 ‘더 퍼펙트 바디(The perfect body)'라는 문구.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 광고로 인해 성명서를 제출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했다. 그 현상을 이끈 것은 2만7000명의 온라인 서명이었다. 이제 ‘퍼펙트’라는 단어 앞에 ‘The’ 라는 정관사는 붙일 수 없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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