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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나세티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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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최대 별점 5개

수 많은 이들의 원성을 딛고 세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지금까지 제 이름값을 다하지는 못했다. 꾸준히 전시를 개최하기는 하였지만 자체의 질적 수준을 떠나 대개 ‘디자인’과는 약간 거리가 느껴지는 주제를 다뤄 아쉬운 점이 많았다. 어쩐지 낭비되고 있다고만 느껴졌던 이 거대한 공간이 드디어 열일한다. 이탈리아의 만능 예술가 피에로 포르나세티 특별전시 덕분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상한 나라에 발을 들인 앨리스가 된 기분이다. 매끈한 에나멜 가구에서 느껴지는 촉촉함과 총천연색 패턴의 호사스러움 덕에 순간 정신이 아찔하다. 누군가의 개인전을 보다보면 전체 흐름 중 느슨한 부분이 있게 마련인데, 포르나세티의 작업에는 광기 같은 열정이 담겨 있어서인지 전반적으로 모든 섹션에 강렬한 힘이 들어차 있다. 그래서 꽤나 규모가 큰 전시임에도 지치지 않고 자꾸 자꾸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작품 하나하나도 무척 흥미롭다. 전반적인 디스플레이도 무척 인상적이다. 전시실 벽면 한가득 포르나세티가 남긴 드로잉 또는 회화 작품을 빼곡하게 걸어 놓는다든가(Room4 페인팅과 드로잉의 공간),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우산꽂이를 실제 용도와 상관없이 하나의 오브제로 받아들여 벽의 곡면을 따라 패턴을 짜 쌓아 올린 모습(Roo9 우산을 위한 공간)은 작품을 전시한 방식마저 디자인의 일부로 여기게끔 한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각 섹션을 나눈 벽이 마치 거울처럼 보이는 유리를 통해 반대쪽 전시실이 보이게 한 점이다 (Room5 포르나세티와 폰티: 이탈리아의 진정한 인물, Room6 바렌나 별장, Room 10 트레이: 꿈을 담아내는 방법). 5 전시실, 6전시실에 거울 같은 ‘뚫린 벽’을 통해 10전시실의 광경을 미리 볼 수 있는데, 위치를 교묘하게 선정한 덕분에 이 뚫린 벽은 전시의 스포일러라기 보다 저쪽 전시실엔 뭐가 있나 보고 싶게 만드는 예고편 역할을 한다.

수 백개의 다른 패턴으로 만들어진 트레이를 스탠딩 테이블처럼 정렬해 깔아 놓은 트레이 섹션은 근래 본 것 중 가장 황홀한 스펙타클이었다. 매끈한 에나멜 광택과 쨍한 원색이 만들어내는 아찔함에, 비슷한 모양의 오브제 수 십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줄 맞춰 늘어선 모습까지 더해져, 내가 보는 광경이 가상현실이 아닐까란 기이함이 들었다. 조명을 트레이 바로 위에서 쏘아 트레이 아래로 진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데, 입구에 서서 전시실을 바라보면 그림자와 트레이 모양이 너무나 일정하게 반복되어 3차원의 공간이 아니라 2차원의 패턴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트레이에 가까이 다가가니 이내 공간감을 되찾았지만 잠깐 우두망찰하게 된다.

현대 시각문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만큼, 포르나세티의 작품을 이 정도 규모로 전시하면서 실패할 확률은 애초에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전한, 어쩌면 안일한 전시 방식을 피하고 전시 공간까지도 치밀하게 디자인해냄으로써 이번 포르나세티 특별전은 시각적 즐거움과 만족감을 극대화 시켰다. 제대로된 디자인 전시를 보여주겠다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포부가 실현되려는 순간이다. 이 기념비적인 전시가 끝나기 전 서둘러 가서 인증샷을 남기는 미덕을 발휘하자. 화려하고 신비로운 포르나세티 전시장 안에선 발로 찍어도 ‘프사각’이다. 글 한지희(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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