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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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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l Young,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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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바라본 도시와 문자, 그 끈질긴 관계

세계 유일의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가 문자로 켜켜이 쌓인 도시 공간을 구축했다.

지난달 11일부터 구 서울역사를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 284'에서 ‘타이포잔치 2015’가 열리고 있다. 타이포잔치는 문화체육관공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과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세계 유일의 타이포그래피 전문 비엔날레다. 지난 2013년 문학과 타이포그래피의 관계를 다룬 ‘슈퍼 텍스트(Supertext)’에 이어 올해 4회째를 맞이한 타이포잔치 2015의 주제는 도시와 타이포그래피. 어느덧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돼버린 도시에서 사람들과 얽히고설키는 문자를 관찰하며 그 다양한 진본성을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게 목표다. 

이번 전시의 주제어는 ‘C(  )T(  )’다. 모음을 없애고 빈 괄호로 표기한 모습에서 전시 구성의 실험성도 엿볼 수 있다. 사실 도시와 타이포그래피를 접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도시 전체를 전시장으로 활용하며 여러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비엔날레는 오히려 거의 모든 요소를 문화역서울 284 안으로 집약했다. 국내외 작가 25명이 참여한 본전시와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아드리안 쇼네시(Adrian Shaughnessy)가 기획해 멕시코시티, 뉴욕, 런던 등의 도시를 해석한 특별전뿐 아니라 총 10개의 세부 전시가 건물의 구석마다 꼼꼼히 자리 잡고 방문객을 기다린다. 문화재로 지정된 2층 규모의 이 신고전주의 건물은 문자 작업의 존재와 그 속삭임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고풍스러움과 현대성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마법을 발휘한다. 어쩌면 작은 문자 도시로의 재탄생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전시기간 동안 이 색다른 문자 도시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 가장 정석으로 즐기는 방법은 주최 측이 안배한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다. 문자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은 입구에 자리 잡은 데스크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간단한 설문 조사를 마친 후 지금껏 부족했던 도시의 기능에 대해 영감을 선사할 작업을 추천받는다. 전시 전부터 지속적으로 발간한 신문 크기의 비엔날레 뉴스레터는 마지막 5호를 전시 전반에 걸친 주제 소개와 작가 소개에 할애했다. 곧 뉴스레터가 전시 브로슈어이자 문자 도시의 가이드북인 셈인데 여기에 있는 세밀한 정보와 설문지의 추천 작업을 대조해보며 진득하게 머무르거나 이런 류의 가이드가 귀찮은 사람은 이곳저곳 서성이며 취향껏 작업에 접근하면 된다. 어느 정도 동선이 짜여 있어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 서울 종로 거리가 갖는 고유의 지역성에서 영감 받아 그 모습을 재해석한 시끌벅적한 복도, 언어의 유희적인 요소를 통해 도시 일상을 바라보는 응접실, 방문자를 맞이하는 호스트로서 도시의 환영(幻影)을 제시하는 방 등 본전시와 함께 어울린 여러 소전시실은 모두 문자 도시의 다양한 층위를 상징하는 기호의 현신으로 제 역할에 부족함이 없다. 

국제 비엔날레 타이틀을 단 이번 행사를 좀 더 심도 있게 이해하려면 전시장 오른편 공간 RTO에서 매주 토요일 열리는 큐레이터 토크를 이용하는 게 팁이다. 12월에는 ‘도시언어유희’, ‘City Welcomes You’, ‘책벽돌’, ‘결여의 도시’가 내정돼 있으니 참고하길. 하지만 작업이 기본적으로 어렵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터라 별다른 지식 없이 호기심만 있으면 관람에 큰 무리는 없다. 특히 작업의 일환으로 기획한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즐길 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점도 기억하면 좋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 계속된다. 글: 전종현(디자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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