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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최초 지-드레곤 미술전, 피스마이너스원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 전시가 시작됐다.

작성:
Jin-you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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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미술관은 보통 무료 입장이거나 입장료를 저렴하게 책정하는데, 이번 전시는 1만3000원이에요. 어떻게 책정된 금액인가요?” 간담회는 전시와 기획 자체보다 기획하기 전의 ‘선 작업’과 입장료 등에 대한 질문들로 빗발쳤다. 마음이 좀 불편해졌고, 작업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물었다. 

TO서울 전시 포스터를 보면 PEACE에 ‘A’가 빠져 있고, 사랑(LOVE)에도 ‘O’가 없다. 이상적인 세계에 가까워질 수는 있어도 이룰 수는 없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이번 전시, 혹은 이상을 꿈꾸는 당신의 세계에서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지-드래곤 활동을 한 지 10년이 넘었고, 이미지를 노출하는 직업 때문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 자신을 보여줘야 했다. 그게 “피스마이너스원”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나를 화려하다고 생각하지만, 나 혼자서는 공허한 부분이 있다. 관람객들에게 답을 주기보다는 틈을 보여주고 싶었다.

“피스마이너스원”은 지-드래곤의 소장품으로 가득 찬 ‘(논)픽션 뮤지엄’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곳에는 향 냄새가 진동했다. 전시는 지-드래곤을 아티스트로 소개하지만, 그의 역할은 ‘적극적으로 발벗고 참여한 큐레이터’라고 일컫는 게 더 적합하다. 지-드래곤은 권오상이 사진을 이어 붙여 만든 조각상의 얼굴이 되고 때로는 손동현과 즐겨 듣는 힙합 아티스트들을 동양화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으며, 스스로는 작품의 소재와 영감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소용돌이를 치듯 파괴되는 나무 조각과 콰욜라의 디지털 조각상은 전시된 다른 작품들과 달리 지-드래곤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I can’t breathe’라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적은 마이클 스코긴스의 작품은 지-드래곤의 노래 가사로 읽히지만, 사실 2014년 7월, 뉴욕에서 벌어진 ‘에릭 가너 사건’을 담은 엄숙한 작품이다. 흑인 에릭 가너가 불법으로 길거리에서 담배를 팔았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목이 졸려 제압당하다 ‘숨을 쉬지 못해’ 사망했다.

권지용의 모든 것으로 도배된 전시는 평소 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없으면 보다가 질릴 수도 있다. SNS를 통해 권지용과 소통할 수 있는 ‘비밀의 방’은 일종의 ‘팬 미팅’ 공간처럼 지나친 감이 있지만, 지-드래곤이 직접 녹음한 오디오 가이드만 귀에 꽂지 않으면 무리 없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시립미술관 관장은‘현재 살아 있는 아이콘’을 조명함으로써 ‘문턱이 낮은 미술관’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대중이 잘 모르는 국내외 현대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은 현존하지 않는 대가의 작품을 거는 것만큼이나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전시장에서 가장 새롭게 다가오는 작품들은 ‘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빅뱅의 큰 팬은 아니지만, 기분 좋게 눈요기를 하고 나온 관람객으로서 지-드래곤의 새로운 데뷔를 지지한다. 하지만 뉴욕의 정치적 이슈를 배경으로 둔 마이클 스코긴스의 작품은 스치듯 가볍게 여길 만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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