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회화의 주요 작가 중 한 명인 조용익(82) 화백은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작가였다. 그러나 개인적인 사정과 오랜 투병 생활로 이후 미술계에서 조용히 잊혀진 인물이었다. 조용익 화백이 드라마틱하게 재기하게 된 계기는 2015년 11월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세계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모두 유찰되는 상황에서 그의 작품이 시작가보다 3배 가량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며 최근 큰 흐름이 된 한국 단색화의 반열에 동참하게 되었다.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등 단색화 주요 작가들과 함께 활동하며한국 추상회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활동해온 그가 8년만에 갖는 개인전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단색화 1세대로서 활동해온 그의 작품세계와 한국 현대추상회화의 역사를 고스란히 만나볼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초기의 기하학추상과 색면 추상, 단색화에 이르기까지 100여점에 이르는 대작들을 만나 볼 수있다. 특히 1970년대의 작품들에서는 규칙적이고무수한반복 행위, 수행자적인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그림을 그린 후 손가락이나 나이프로 채워진 색을 다시 긁어내고 비우는작업을 병행한 점은 그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화면에서 바라는 것은 소박하고 말이 없는 침묵과 같은 결과’ 라고 말한 작가 조용익. 규칙적이고 무수한 반복 행위로 이루어진 단색화 작품을 통해 묵묵하게 캔버스를 채워 나간 노장의 필치를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