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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나이트 <거침없이,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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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대 별점 5개

2016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사진가이자 영상가 중 하나인 닉 나이트의 전시 <거침없이, 아름답게> 전은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전시는 총 6개의 섹션으로 이뤄졌다. 닉 나이트가 사진가로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스킨헤드’ 시리즈, 케이트 모스, 레이디 가가 등 셀러브러티의 ‘초상 사진’, 상품화된 여성을 주로 보여주던 패션 사진에서 벗어나 오롯이 ‘옷’의 특장점을 제대로 살린 패션 사진을 보여주는 ‘디자이너 모노그래프’, 존 갈리아노의 핑크 컬러 드레스와 함께 핑크 파우더가 아름답게 날리는 환상적인 패션 사진을 만날 수 있는 ‘페인팅&폴리틱스’, 케이트 모스가 날개를 단 조각상을 볼 수 있는 ‘정물화&케이트’, 그리고 닉 나이트의 비교적 최근작인 사진과 패션필름을 만날 수 있는 ‘패션필름’ 코너까지 닉 나이트의 대표작 110점을 만날 수 있다.

<거침없이, 아름답게> 전에서 선보이는 닉 나이트의 대표작 몇몇은 지금에 와서 보면 다소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작품을 제작할 당시에 품었던 닉 나이트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예술혼만큼은 오롯이 느껴진다. 세계적인 슈퍼모델 타티아나 파티즈를 모델로 한 화보에서 그녀의 얼굴을 감추고 질 샌더의 스커트 실루엣을 강조한다든가, 모델 나오미 캠벨의 얼굴을 아예 감추고 요지 야마모토의 옷자락을 역동감 있게 표현한 그의 패션 화보는 닉 나이트가 얼마나 패션을 제대로 이해하는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그때만 해도 모델이 아닌 패션에 중점을 둔 이 화보는 도전이고 혁신이었다. 특히 ‘페인팅&폴리틱스’ 섹션에서 장애인을 모델로 한 아름다운 패션 사진을 볼 때에는 가슴 속에 작은 파도가 일렁인다. 아름다움과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는 이 시리즈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나는 아름다움을 정의하지 않는다. 다만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정형화된 ‘아름다움’의 개념을 뒤집는 일에 무척 관심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은 닉 나이트의 예술혼을 잘 나타낸 말이다. 닉 나이트의 <거침없이, 아름답게> 전은 어쩌면 그가 패션계에서 끊임없이, 치열하게 추구해 온 ‘도전의 역사’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닉 나이트 <거침없이, 아름답게> 전을 보고 미술관을 나서면서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닉 나이트의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최근 몇 년 간 닉 나이트의 웹사이트 www.nickknight.com에서 엿보았던 그의 매혹적인 작품 세계를 컴퓨터 화면이 아닌 실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설렜다. 닉 나이트가 이끄는 쇼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톱숍(TOPSHOP) 패션 필름이나 레이디 가가의 뮤직비디오는 물론이고, 어쩌면 그 뒷이야기를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까지 품었다. 4층 전시실에서 상영되는 닉 나이트의 패션 필름 중 톱숍 패션 필름이 1초 지나갈 때의 아쉬움이란! 초상 사진도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셀러브리티의 초상 사진인 경우, 관객은 스타의 아름다운 찰나 혹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스타의 이면을 기대하게 마련인데, 닉 나이트가 <거침없이, 아름답게>에서 보여준 초상 사진은 두 가지 면에서 큰 감동을 주지 못했다. 레이디 가가의 초상 사진은 좀 색다른 무드를 선보였지만, 케이트 모스와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초상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전시의 묘미란 그런 것이 아닐까. 한 예술가의 아카이브를 총체적으로 감상하고,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예술가의 영감에 대한 해석을 들으며 그의 위대함에 다시 한 번 감탄하는 것. 특히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의 전시일 경우엔 더욱 그렇다. 그런데 닉 나이트의 이번 전시에는 그의 완성작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완성작 옆에 닉 나이트가 직접 그린 콘티 혹은 영감을 받은 이미지라도 있었다면 더욱 재미있었을 텐데! 물론 닉 나이트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한 번에 보여주는 것도 쉽지는 않았겠지만, 칼리 클로스가 전등을 들고 매력적으로 ‘모델 워킹’을 선보이는 장면은 그 쾌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어쩌면 닉 나이트의 아름다운 패션 사진과 패션 필름에 대한 내 기대가 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옷의 본질을 알고 제대로 표현해낸 그이기에 좀 더 패셔너블한 전시일 거라고 기대했을지도.  박훈희(콘텐츠 기획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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