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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주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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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관심이 없는 부모님을 현대미술 전시장으로 모시고 갔다가, ‘이건 나도 하겠다’는 다정한 감상평을 들은 적이 있다. 눈앞에 전시된 작품에서 고난이도의 기술이 보이지 않을 때 본인도 모르게 저런 말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혹시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김홍주의 개인전에서 섣부른 평가를 내리려고 한다면, 겸손한 마음으로 조금 더 살펴보자. 언뜻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이번 전시는 그의 과거 작품보다 구체적인 형상이 더 희미해진, 말하자면 추상작업에 가까운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름을 짓지 않은 그의 평면회화 작품은 고운 파스텔 색감의 거대한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봐도 화면을 꽉 채운 이미지들이 무엇을 그린 것인지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 캔버스 너비만 한 붓으로 휙 그어 내린 것 같기도 하고, 벽지의 얼룩을 그린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단순해 보이는 캔버스 속 이미지는 작가의 엄청난 노동과 기술이 축적되어 있는 섬세한 붓질의 산물이다. 작가 김홍주는 화면에 ‘무엇을 그리는가’ 보다 ‘그리기’라는 행위 자체에 무게를 싣는다. 그는 19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화장경대, 창문, 자동차 등의 오브제에 인물이나 풍경을 묘사한 극사실주의 작업에 몰두했다. 단색 평면 추상이 유행하던 시기를 고려하면 꽤나 독자적인 행보다. 80년대 중반 대전에 있는 목원대로 자리를 옮기면서는 오브제를 차용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밭고랑이나 흙덩이와 같이 사실적 이미지에 기반한 이미지를 원근과 명암을 배제한 풍경화로 담아냈다. 사실 김홍주의 작품 중 대중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발표해온 ‘꽃 그림’ 시리즈이다. 꽃이나 나뭇잎을 크게 확대해 입체감이나 질감, 명암 등에 얽매이지 않고 색을 입히면서 화폭을 채워나갔다. 자신의 작품을 ‘묘사를 포기한 세밀화’라고 칭한 김홍주. 지난 40여 년간 극사실주의와 추상을 오가며 발전시킨 그만의 회화방식을 작품에 담았다. 한마디로 아무나 못 그리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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