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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eye: 해녀를 기다리며

해녀가 물질을 마치면 김형선은 비로소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해녀들은 일년간 그의 카메라를 외면했다.

거슴츠레 미소를 띠지만 흰 배경 앞에 선 해녀들은 지쳐 보인다. 장장 5-6시간 동안 물질을 마치고 나온 모습을 현장에서 바로 포착한 사진이라 그렇다. 소라나 전 같은 해산물을 손수 잡는 제주도의 해녀들은 고무옷 차림에 숨을 참고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몸이 가라앉도록허리에 납을 차는 이들은 하루에 수백 번씩 목숨을 내놓는 셈이다. <해녀> 사진 작업을 위해 4년 동안 제주도에 터를 잡은 김형선 작가는 그 어떤 취재진보다 해녀들의 삶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해녀들은 깊은 물속의 수압으로 인해 생긴 몸의 변화, 질병과 난청에 따르는 고통을 진통제에 의존하며 버팁니다. 너무도 힘들고 위험한 작업이라 자식에게만큼은 물려주려 하지 않는 일이죠.” 해녀의 수가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다. 아니나 다를까, 김 작가의 <해녀> 사진 시리즈의 주인공은 대부분 곱습곱슬한 머리에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파인 고령의 해녀들이다. 

해녀를 촬영하기 위해 왜 4년이라는 긴 시간을 소비했는지 의아할 수도 있다. 보통 해녀를 다룬 사진은 날씨, 시간과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하루에 수천 장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들이지만 <해녀>는 대부분 추운 겨울에 진행된 예술 사진이다. 흰 배경 때문에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 같지만, 작업 현장에서 멀지 않은 바닷가 주변에 흰 종이를 설치해 작업 후 해녀들이 가장 고조되어 있을 때의 감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작가의 기억 속 가장 인상적인 해녀는 90세의 라왈수 할머니. 2011년도에 작업을 시작한 후 2012년에 첫 촬영을 허락한, 마라도의 최고령 해녀다. “힘들게 수확한 소라와 전복을 주시면서 할머니는 제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셨습니다. 여느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할머니도 입맛이 없는 것이죠. 3년간 정든 모습을 보여주시며, 자식 배웅하듯 손길 주실 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잦은 관광객의 촬영으로 인해 거부 반응이 심했던 해녀들을, “바라보고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김형선 작가. 그의 뚝심은 해녀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들을 향한 그의 애정은 해녀의 이름과 그녀가 물질하는 장소를 기록한 사진의 제목에 가장 잘 드러나 있다. 해녀의 표정과 전신을 한 여자로서 보여주는 데 있어 다른 해녀 사진과 차별화된다. 사라지는 우리의 문화와 아직까지도 일하는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을 대변하는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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