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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eye: 정연두가 찍은 ‘가족사진’

정연두가 담은 가족사진은 어딘가 모르게 ‘가짜’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서울 어딘가에 존재하는 ‘진짜’ 가족이다.

“Evergreen Tower(2001)” courtesy of the artist
가족사진치고 가족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진은 거의 없다. 스튜디오에서 새하얀 조명을 맞아본 적이 있다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입지 않는 옷 매무새를 바로잡다 보면 사진가의 목소리 들려온다. “자, 자연스럽게 웃어보세요”. 이렇게 낯선 곳에서 화목한 척을 하라니! 하지만 정연두의 사진 속 인물들은 비교적 편안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생소하다. 척추를 곧게 펴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가족들. 그들의 미소는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사진은 단순한 인물이 아닌, 각각 가족의 분위기를 살려낸다.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직접 가족의 집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정연두는 블루스크린을 이용해 현실과 꿈의 세계를 하나의 사진으로 잇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올해 초 대구미술관에서 재조명한 ‘상록타워(2001)’ 시리즈는 광진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서른두 가구의 모습을 오롯이 보여준다. 작가는 그들이 실제로 사는 집에 찾아가 사진을 찍었다는데, 사실은 이런 친절한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이라는 점이 가장 신선하다. 

빛바랜 살구색 벽지, 마루바닥, 그리고 하나같이 둥그런 조명. 사진을 이루는 배경이 모두 동일하다는 건 미술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쉽게 꼬집어낼 수 있다. 예술의 주 목적은 ‘소통’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철학은 이렇게 사진 속에서, 알아보기 쉬운 단서로 드러난다. 물론 같은 평수에, 지번까지 같은 한 아파트에 사는 가족이라는 건 알아챌 수 없지만, 그것은 작품을 즐기는 데 있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작가가 미대를 가겠다고 부모님에게 선언했을 때, 그의 아버지가 크리스털로 만든 재떨이를 던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2012년, 아트 옥션에서 ‘미래에 가장 소장가치가 있는 50인의 작가’로 꼽힌 정연두. 미리 알고 봐도 좋지만, 정연두의 사진은 그냥 봐도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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