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름그린&드라그셋: 천 개의 플라토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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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름그린 드라그셋 (Courtesy of the artists and PLAT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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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the artists and PLATEAU
엘름그린 드라그셋 (Photograph: Kim Sang-tae, courtesy of the artists and PLAT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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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Kim Sang-tae, courtesy of the artists and PLATEAU
미술관 안에 국제공항이 생겼다. 작업을 하기 전에 먼저 장소를 살피고, 그곳에 맞는 설치물을 제작하는 엘름그린&드라그셋의 작품이다. 플라토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오후 2시 전에 도착하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날 수 있고, 탐험가조차 발견하지 못한,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행 비행기도 볼 수 있다. 뭐, 일단 미술관 밖에 크게 걸린 비행 예정표를 올려다보면 그렇게 써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여성 승무원이 손에 쥐어주는 탑승권은 여객 정보가 없는 공짜표. 옆에 있는 부스에 가서 잉크가 손에 묻어나는 스탬프와 사투를 벌이면 이름 넉자를 겨우 찍을 수 있다. 무슨 공항이 이렇게 불친절해. 투덜거리며 가지런하게 주차된 공항 카트 속을 보면 귀 하나가 잘린 곰 인형이 발견된다. 이때부터 외롭고, 나 홀로 감성적인 공항 산보가 시작된다. 
 
사고 싶다, 앉고 싶다, 만지고 싶다. 전시장은 공항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여행객’의 역할에 심각하게 빠져들면 이런 사사로운 욕구에 휩쓸리게 된다. 1층에서 광고한 향수와 선크림은 ‘면세점’으로 꾸민 아트숍에 진열되어 있지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메이드복을 입은 마네킹이 지키는 일등석 라운지는 두꺼운 체인으로 친친 감겨져, 유리창 너머로 염탐만 할 수 있고, 걷다가 지쳐 천 소파에 앉으려고 하면 양복을 입은 공항 직원에게 제지를 받는다. ‘This Place Can’t Be Yours’라고 써 있는 게시판을 보면 마음이 한 번 더 답답해지지만 다 맞는 말이다. 이 공간은 내 것이 아니고, 진짜 공항도 아니니까. 공항에서 길을 잃은 아이의 엄마를 찾는 방송에 감정을 몰입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천 개의 플라토 공항>에는 신작보다는 구작이 훨씬 더 많다. 삐딱하게 보면 있던 작품으로 ‘재탕’을 한 전시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엘름그린&드라그셋은 원래 작품을 일종의 재료로 이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하는 작업을 해왔다. 공항을 나서는 길에 들어간 공중전화 박스 또한 옛날 작품이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 들리는 작가의 서툴고 딱딱한 한국말은 외로운 여행객에게 적절한 위로가 된다. 

글 박진영

이벤트 전화 1577-7595
이벤트 웹사이트 http://plateau.or.kr/html/index.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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