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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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ANTHONY BROW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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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으로 들어서자 꽤 여유롭던 미술관 공기가 후텁지근하게 바뀌었다. 아직 전시는 구경도 못했는데, 방학을 맞은 아이들로 매표소부터 가득 찼다. 유명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인기일 줄이야. 영국의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앤서니 브라운의 전시가 열리는 한가람 미술관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아동 문학계의 노벨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 작가 중 한 명이다. 특히 다양한 동물 캐릭터를 통해 친근하면서도 공감하기 쉬운 화면을 탄생시킨다. 침착하고 선한 눈을 가진 원숭이 캐릭터 ‘윌리’는 그의 그림에서 탄생한 가장 유명한 캐릭터. 윌리는 브라운의 상상에 따라,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되어 미술관에 전시되기도 하고 ‘라푼젤’이 되어 힘들게 성벽을 오르기도 한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동물 그림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섬세하고 꼼꼼한 필치가 눈에 띈다. 젊은 시절 병원에서 수술 부위와 인체 해부도를 세밀하게 그리는 일을 했던 만큼 정교하고 세밀한 작업에 능통하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그리는 귀여운 동화는, 잘 들여다보면 캐릭터의 작은 디테일이 실감 나게 묘사되어 있다. 동화 작가가 되기 전 그의 초기작품 또한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기 몸집보다 큰 피규어와 슈퍼맨 복장을 한 고릴라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는 아이들도 신나지만, 브라운의 그림은 어른도 몰입하게 하는 데가 있다. 축 처진 어깨로 먹구름 밑을 걷는 윌리는 퇴근하는 우리의 모습 같아서 어딘가 짠하다. 전시 말미에는 앤서니 브라운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행복한 도서관’도 마련되어 있다. 여기저기 엄마의 모델이 된 아이들 덕에 카메라 렌즈에 작품만 담을 틈은 없지만, 나 하나 발 디딜 틈은 있다. 모른 척 비집고 앉아서 조금 더 행복해지자. “그림책은 나이가 들었다고 접어야 할 책이 아니라 나이를 불문한,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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