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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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Courtesy of the artist and MMCA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 참여한다는 의미로 주로 ‘관람객’이라 불린다. 하지만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는 눈보다는 손목의 힘을 요구하는 전시다. 작품들이 관객의 참여나 노동으로 전시 기간 내내 서서히 완성되기 때문이다. 중진작가를 지원하는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5>의 초대작가로 선정된 안규철은 “거대한 공간과 결코 작가도 할 수 없는 예산이 주어진 전시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화려한 구경거리를 배제하고… 그렇게 비워진 공간을 관객의 상상력이 채우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작가 노트에 밝혔다. 서울의 재개발 빌딩 터에서 ‘우리가 버린 문들(2004)’을 수집해 판잣집을 만들고, 또 미술관 안에 ‘1인용 집’을 여러 채 지었던 작가의 전 작업과 달리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시각적으로 ‘검소한’ 전시다. 미술관 벽에 당신이 그리워하는 것의 이름을 쓸 수 있는 ‘기억의 벽’을 비롯해 ‘모서리가 없[고], 희고 둥글고 부드러운’ ‘침묵의 방’ 등 총 8개의 쓸쓸하고, 또 공허한 공간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그중 작가가 가장 야심 차게 준비한 신작은 ‘1000명의 책’. 말 그대로 전시 기간 동안 1000명의 관객이 프란츠 카프카의 <성>과 김승옥의 <무진기행> 등, 주어진 책의 일부분을 손글씨로 필사하는 관객 참여 프로젝트다. 잘 생각해보면 작가와 관객의 역할이 뒤바뀌는 것인데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전시 웹사이트(ill.ahnkyuchul.com)에 10월 첫째 주부터 미리 신청하면 전시가 끝난 후, 참가자들에게 우편으로 필사본이 발송되기 때문. 오히려 미리 예약을 하지 못하고 전시를 찾는 ‘관람객’은 소외받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글 박진영

이벤트 전화 02-3701-3500
이벤트 웹사이트 http://www.mm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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