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징맨, 시징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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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징의 세계" 전시장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머리를 곱게 묶은 여인들이 앞길을 막기 때문이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는데 또 다른 관문이라니. 위를 올려다보면 난생처음 보는 파란 국기가 걸려 있고, 그 위에는 아이가 그린 구름 같은 팻말에 ‘Welcome to Xijing’이라 쓰여 있다. 입국심사를 거쳐야 비로소 전시를, 아니 시징(서경: 서쪽의 도시)이라는 도시에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춤을 추거나, 호탕하게 웃으면 이 시징 도시에 들어갈 수 있다. 국경 없는 세상이 미술관에서 실현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보통 이상적인 세상을 그릴 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꿈같은 풍경을 떠올린다. 어릴 때는 핑크색 유니콘이 뛰노는 들판을 꿈꾸고, 나이가 들면 일과 사랑이 쉬운 나라가 곧 낙원으로 다가오듯 말이다. 하지만 시징맨들이 세운 가상의 도시는 유쾌하고, 현실적이며, 무엇보다 자연스럽다. 영상 작업인 ‘시징을 사랑해요’를 보면 시징맨의 멤버인 김홍석, 첸 샤오시옹과 츠요시 오사와 작가가 시간별로 외국인 학생들에게 언어, 철학, 역사 등을 가르치는데, 철학 시간에는 아이들이 이부자리를 깔고 숙면을 취한다. 이어 체육 시간에는 시징맨이 사람이 없는 마사지 침대를 주물럭거리는 시범을 보이고, 학생들은 밖으로 나가 배운 대로 나무와 뜰에 엉킨 지푸라기를 주무른다. 우리가 배운 체육 수업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이곳의 새로운 교육 방식에 적응하면 시징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최초로 대통령을 세 명이나 들인 도시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시징의 세계"는 ‘시징’이라는 가상의 도시와 역사, 그곳의 가치관과 함께 이 도시에 대한 모든 것을 알차게 모은 전시다. 숟가락으로 아이스하키를 하는 시징 동계올림픽을 보고 있으면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이 사람들, 뭐 하는 거야?” 전시를 찾은 관객들의 전체적인 반응은 이렇다. 시징맨이 뭘 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들이 직접 퍼포먼스를 하는 날에 전시장을 찾아라. 

글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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