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웨이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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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 자리한 산봉우리의 절경을 보여주는 6점의 흑백 산수화. 중국의 한 산세인가 싶어 제목을 살펴보니 ‘풍경처럼(Looks Like a Landscape)’이란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세 눈치 챌 수 있다. 산봉우리로 보이는 볼록한 형태는 사실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사람들의 둔부를 촬영한 것. 사실을 알고 나면 허벅지에 촘촘하게 난 털과 옷을 입었던 자국, 엉덩이에 앉은 모기까지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이는 중국의 현대미술 작가 리우웨이가 2004년 상하이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작품이다. 사실 그는 기차를 이용한 대규모 설치작업을 준비 중에 있었다. 비엔날레 주최 측은 갑자기 작품 수정을 요구했고, 원래 계획했던 프로젝트는 무산되었다. 화가 난 작가는 기존 작품의 내용을 바꾸는 대신 아예 새로운 작업을 내밀었다. 의도가 어찌됐건 작품은 당시 비엔날레에서 큰 화제가 되었고, 이는 그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

1972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리우웨이는 의사인 양친을 따라 중국의 여러 도시를 돌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1996년 항저우 중국 미술학원을 졸업한 뒤 <포스트-감각적 감성(Post-Sense Sensibility)>이라는 전시 시리즈에 참여한 것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의 시작이다. 젊은 시절에는 다소 파격적이고 전위적인 전시를 선보이다 경찰에 의해 강제 폐쇄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20년이 지나 이제 막 중년에 접어든 그는 지속적인 작품 활동과 전시를 통해 ‘예술은 결국 현실에 관한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시각 예술에 종사하지만 시각적이고 표면적인 것을 해체하고 세계를 바라보며 사회를 인식하는 방식을 전달하고 싶다”고 전한다. 전시장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설치 작품 ‘룩! 북(Look! book)’을 보면 그의 의도를 좀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다.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실제 책을 쌓아 올려 그 단면을 깎아낸 구조물. 제목부터 ‘책을 보라’고 말하지만 결코 읽을 수는 없다. 한 권의 책과 눈으로 보여지는 특정한 이미지 중 더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의식 중에 ‘당연히 책’이라고 말한다면, 그 근거는? 작가는 단순한 소재인 책을 통해 이미지 세상에서 살아가는 관람객에게 ‘읽는 것’과 ‘보는 것’에 대해 낯선 차원의 질문을 던진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진행 중인 조각 작업 ‘하찮은 실수(Merely a Mistake)’ 또한 중국의 사회적 현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그는 병원이나 학교 같은 중국의 옛 공공 건축물에 사용된 문틀을 수집해 새로운 형태와 색감의 조형물을 만들었다. 그 건물이 실제로 사용되었을 당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건축 폐기물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변화와 시작 또한 떠오르게 한다. 끊임없이 개발의 대상이 되는 중국의 현실을 조우하는 작품이다.  

전시는 플라토 미술관의 소장품 로뎅의 ‘지옥의 문’에 조응하는 리우웨이의 신작 ‘파노라마(Panorama)’를 시작으로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주로 스케일이 큰 대표작 12점을 선보인다. 중국의 대표적인 차세대 현대미술 작가로 손꼽히는 그의 20년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자 지난 17년간 굵직한 국내외 아티스트의 전시를 선보인 플라토 미술관의 마지막 전시이기도 하다. 곧 수장고에 머무를 신세가 될 플라토의 소장품 ‘지옥의 문’도 이번이 아니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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