交, 향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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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 (Courtesy of the artists and MMCA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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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the artists and MMCA Seoul
워크룸 제안들 교향 (Courtesy of the artist and MMCA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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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the artist and MMCA Seoul
하라 켄야 교향 (Courtesy of the artist and MMCA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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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the artist and MMCA Seoul

세모난 입으로 방긋 웃는 ‘호돌이’, 잘 구운 고기와 찰떡궁합인 화요가 작품으로 등장하는 전시.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交, 향(사귈 교, 향)”은 포스터나 소설책처럼 일상에서 손으로 접하고, 물건으로 소비되는 매체를 디자인적인 시선으로 비평할 수 있는 판을 마련했다. “백색인간”이 정병규의 타이포그래피 작품으로 조명되는 이곳에서는 표지만 보고 소설책을 판단해도 용서가 된다는 것. 낮고 넓은 전시대에 정갈하게 깔아놓은 디자인 서적은 설치된 모습 그대로 관람하는 게 권장되는 자세다.

64년 도쿄 올림픽 포스터로 시작하는 전시의 첫 섹션은 한국과 일본의 1세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벽면에 걸린 대형 포스터는 유리로 된 액자에 천장까지 높이 걸려 있어, 간혹 바닥 가까이 전시된 책이 유리에 반사되어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에 국내 최초로 아트 디렉터를 도입한 문화 잡지 “뿌리 깊은 나무”는 조감도를 보듯 바로 선 채 노랗게 바랜 표지만 내려다보는데도 만족스럽다. 숫자 하나 없이(예를 들어 ‘일천구백칠십육년 십일월’) 표시한 발행 호와 잡지 로고는 가지런한 글씨체로 한글의 우아함을 부각한다. 자연스럽게 옆에 펼쳐진 76년 창간호의 표지 또한 궁금해지지만 손을 뻗으면 보안 요원 여럿이 입을 모아 혼을 낸다. 폐간된 잡지는 만지면 돌아오지 않는 귀한 책이라지만,  ‘관람용 책’이라니. 특히나 일본의 “아이디어” 매거진은 구석구석 읽어야 성이 풀리는, 내용이 곧 예술인 디자인 잡지이지만 마찬가지로 눈으로만 봐야 한다. 이런 책들은 보이지 않는 격자에 맞춰 진열된 것처럼 비춰지지만, 책과 책 사이에 간격이 균일하지 않은 부분도 전시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인을 주제로 걸고 ‘놀링(knolling: 선이나 각을 맞춰 소지품을 배열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의 법칙을 어기다니. 그렇지만 20세기 그래픽 작업을 모아놓은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는 색면에 작가와 작품 이름만 적힌 띠지를 두른 워크룸의 ‘제안들’도 있다. 에이랜드에서 흔하게 만져온 책들이 미술관의 조명을 쬐는 것은, 지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한국 디자이너와 스튜디오의 가능성을 응원하는 근사한 제스처로 다가온다. 흡사 CM송을 연상시키는 발랄한 음악으로 무장한 스티키 몬스터 랩의 영상 작업이 일본 디자인계의 거장이자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인 하라 켄야의 작품 옆에서 재생된다는 것은 서울에서 가장 큰 현대 미술관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 9월 2일부터 열리는 디자인 세미나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참고로 눈으로 보는 전시장에서 읽지 못한 몇몇 책은 203인포그래픽연구소가 디자인한 마지막 방에서 자리를 잡고 마음껏 책장을 넘길 수 있다).

글 박진영

이벤트 전화 02-3701-9500
이벤트 웹사이트 http://mm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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