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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앵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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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파리를 사랑했습니다.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주어서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겁니다."

파리 체류기 < 파리는 날마다 축제 >를 펴낸 바 있는 세계적 지성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낭만적이며 가장 생생한 도시 파리가 에르메스와 함께 서울에 상륙했다.

19일부터 12월 11일까지 서울 한남동 디 뮤지엄에서 진행되는 전시 '파리지앵의 산책'이다. 지난해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파리 센강변 뽀르 드 솔페리노, 두바이 몰의 분수대 선착장을 거쳐 서울에 돛을 내렸다.

이번 전시는 제목이 곧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에르메스의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 알렉시 뒤마는 에르메스의 2015년도 테마 ‘산책’을 떠올리다 도시를 거니는 행위를 기반으로 한 전시를 고안해냈다. 프랑스 루베(Roubaix) 지역의 예술 박물관인 라 피씬 큐레이터 브뤼노 고디숑(Bruno Gaudichon)과 디자이너 위베르 르 갈(Hubert le Gall)이 각각 기획과 구조물 디자인을 맡았다.

자, 이곳은 파리의 한 광장. 당신은 실크햇을 쓰고 회중시계를 들여다보다가 막 나를 만났어. 나는 당신이 에스코트하는 대로 도시 곳곳을 산책하는 우아한 파리지앵이야. 걷다가 만나는 모든 것들이 상큼한 버블처럼 예술적 상상력으로 톡톡 터졌어. 가령 우리는 소나기를 피해 급하게 카페에 들어갔다가 소지품을 두고 나오기도 하고, 파리 광장 주변의 숨겨진 통로에서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 그때마다 시계, 가방, 자전거 등 에르메스의 제품들이 자연스럽게 스쳐가는 거야.

11개의 방마다 각각 다른 미디어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것은 전시의 또 다른 매력이었어. '걸어다니는 지팡이들'에선 도시 산책의 필수품이었던 각양각색의 지팡이들을 소개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 위고 가토니가 디자인한 벽지 위에 로맹 로랑의 단편영상을 볼 수 있게 했더군. 양쪽에 남자와 여자의 옷장을 형상화한 공간을 지날 때 나는 아름다운 스카프에 넋을 잃었고, 당신은 살짝 미소를 지었던가. 가죽으로 만든 강아지 오브제와 푸른 문양이 새겨진 그릇들은 현기증이 날 만큼 아름다웠어. 그때 당신은 나를 지나쳐 파리의 지하철이 그래피티로 그려진 공간을 서성이고 있더군. 혁명과 자유분방함이 녹아있는 파리의 분위기는 역동적이었지. 상류층에 국한하지 않고 도시에서 만나는 모든 예술적인 영감을 오롯이 녹여내는 집중력이 이번 전시의 힘이었어. 11개의 방을 지나면 산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라고 알려주지. 우리는 오묘한 빛으로 분위기를 바꿔가는 개선문 앞 스툴에 앉아 이렇게 말했어.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선물처럼 아름다웠노라‘고.

평일 오후의 전시장이라 얕봤다간 앞 사람의 뒤통수에 코를 박아야 할지 모른다. 몇 가지 팁을 주자면, 전시 시작과 함께 나눠주는 날씬한 지팡이를 소중히 여길 것. 중간중간 지팡이 손잡이 부분에 달린 렌즈로 고혹적이고 때론 익살스런 이미지들을 엿볼 수 있다. 작품 옆에 적힌 소개글도 놓치지 말 것. 우리는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의 제품들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품격과 아름다움을 표방하는 유구한 감성을 담으러 산책하는 참이니까.

글 안은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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