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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 2015: 율리어스 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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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이 뚫린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가 4층으로 쌓여있다. 컨테이너 박스의 천장에서 물방울이 수직 낙하한다. 멈추지 않고 떨어지는 물방울들은 단어를 만들어내는데, 찰나의 순간이지만 사람들은 또렷이 읽을 수 있다. 물론 또렷하게 읽힌 단어를 오랫동안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단어가 계속해서 내려오기 때문이다. Funeral(장례식), Relations(관계). Future(미래), Agreement(동의) 등,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단어들이 계속해서 쏟아진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고 나면, 단어를 이루고 있던 물방울은 이미 해체되고 없다. 독일 출신의 차세대 작가 율리어스 포프는 과학기술과 예술을 접목시킨 작업에 현대사회의 특징을 담아낸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설치될 ‘비트.폴.펄스(bit. fall. pulse)는 런던올림픽과 뉴욕 현대미술관을 비롯, 전 세계 곳곳에서 선보인 대형 설치작업 ‘비트.폴’(bit. fall) 시리즈 중에서도 최대 규모이다. 작품의 제목을 이루는 단어 중 ‘비트(bit)’는 데이터의 최소단위를 말한다. 즉, 전시의 제목은 ‘정보(bit)’가 떨어지면서(fall),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정보의 활발한 ‘맥(pulse)’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작가는 기계를 떠나는 순간 해체를 향해가는 물방울 단어를 통해 우리가 정보라고 믿는 것들이 사실은 매우 순간적인 것임을 시사한다. 오늘은 진리처럼 여겨지던 정보가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른 가치와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그러나 그 찰나가 허무를 뜻하지는 않는다. 작가는 오히려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활동이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며, 현재의 문화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다만 그 ‘가치’와 ‘의미’라는 존재가 변화를 멈추지 않을 뿐이다. 기계에서 떨어지는 수백 개의 물방울 단어는 변화를 멈추지 않는 현대사회의 모호함을 묘사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에서 열리는 만큼, 한국어로 떨어지는 물방울 글자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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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mm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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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701-9500
가격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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